[해외뉴스]
[칸 2004] 막바지 치닫는 칸 영화제
2004-05-21
글 : 김은형 (한겨레 esc 팀장)
새로운 비전·거센 논쟁 기근, 공개된 경쟁작 16편 "무난"

제57회 칸국제영화제는 예술분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켓과 팔레 드 페스티발 주변에 널려있는 푸른 제복의 경찰들의 경비 속에서 착한 아이들의 소풍처럼 순탄하게 진행됐다. 올해 초청된 경쟁작들도 조그만 차이로 평가가 갈렸고, 만장일치에 가까운 지지를 얻은 영화는 나오지 않은 가운데 왕자웨이 감독의 ,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이노센스> 등의 상영을 끝으로 대망의 수상작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신진감독들의 대거진출, 절반의 성공

“더 이상의 <브라운 버니>는 없다.”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의 선언처럼 19편 가운데 19일까지 16편이 공개된 경쟁작들의 경향은 “무난하다”는 게 중평이다. 2002년 <돌이킬 수 없는>이나 지난해의 <브라운 버니>처럼 혹평을 동반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영화는 없었다.

이 경향은 올해 반수 이상을 차지한 젊은 감독들의 첫번째 경쟁진출작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타인의 취향>으로 국내에 알려진 아녜스 자우이의 <나를 봐>(Look at me)>, 독일의 젊은 감독 한스 바인스가르트너의 <에듀케이터>, 이탈리아 감독 파울로 소렌티노의 <사랑의 결과>(Conseqeunces of Love),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아무도 모른다>(Nobody Knows) 등의 영화들은 리뷰나 평점에서 대체로 무난한 점수를 받았지만 잘 만든 드라마라는 점 말고 형식이나 스타일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작품은 아니었다. “지난해보다 훨씬 만족스럽다”는 호평 가운데 흘러나오는 비판, “거장이 왜 필요한지를 새삼 확인시켜줬다”는 촌평은 새로운 얼굴, 친숙한 영화를 통해 대중과 친해지려는 칸에게 또하나의 과제를 던지고 있는 것 같다.

뜨는 별, 지는 별

올해 칸 최고의 스타는 역시 <화씨 9/11>의 마이클 무어다. 15일 낮에 일어났던 예술분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시위에 참가해 “나는 프랑스와 미국, 그리고 전세계 노동자들과 함께 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외치며 칸에 등장한 마이클 무어는 가장 많은 기사를 만들어낸 주인공이었다.

젊은 체 게바라의 오토바이 여행을 드라마로 만든 월터 살레스 감독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도 <화씨 9/11> 만큼 큰 박수를 받았던 영화다. <중앙역>으로 국내에 알려진 월터 살레스 감독은 8달간의 여행을 군더더기 없이 묘사하면서 청년 게바라가 전사로 변하는 과정을 담담하고 아름답게 그려냈다. 타이의 시골과 정글을 배경으로 동성애자인 청년의 이야기와 신화적 판타지를 길고 어두운 호흡으로 담은 아피차퐁 위라세타쿨의 <트로피칼 말라디(열대병)>는 대중들의 냉랭한 반응 속에서도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로부터 “영화를 고른 선정위원들에게 명예를 선사한 영화”라는 극찬을 받았다.

무어·살레스 감독 뜨거운 박수 쿠스트리차·코언 형제 체면구겨

반면 에밀 쿠스트리차, 코언 형제 등 칸 단골 감독들의 신작은 실망스러운 반응을 얻었다. <삶은 기적이다>의 에밀 쿠스트리차는 “재능이 쇠한 것같다”는 모욕에 가까운 비판을 들어야 했고, 코언 형제의 <레이디 킬러> 역시 주인공 톰 행크스 접대용이라는 냉소어린 시선을 받았다.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등 수상자는 22일 밤(현지시각) 발표된다.

칸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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