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테이블 아래의 ‘비밀’, <누구나 비밀은 있다> 촬영현장
2004-06-21
글 : 박은영
사진 : 이혜정

허걱! 이게 무슨 일이람. 새 영화에서 최지우는 연애의 이론에만 해박하고 실전엔 숙맥인 캐릭터를 맡았다 했는데,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정반대다. 우아하게 와인을 홀짝대고 있지만, 테이블 아래로는 낯뜨거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최지우의 발이 데이트남 정보석의 다리를 훑어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태연하게 도발하는 최지우와 안절부절못하는 정보석은 네댓 테이크 만에 오케이를 받아낸 뒤 민망한 듯 얼른 자리를 피한다. 6월6일 낮 대학로의 한 라이브카페, 90%가량 진도나간 <누구나 비밀은 있다>의 촬영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알려진 대로 세 자매와 한 남자의 얽히고설킨 사랑 이야기다. 그 남자 수현(이병헌)의 처음 상대는 자유연애주의자인 막내 미영(김효진)이었다. 그런데 ‘선수 중의 선수’인 수현은 미영의 두 언니와도 거의 동시에 눈이 맞는다. 책에서 진리를 구하려는 순진한 둘째 선영(최지우)과 오랜 결혼 생활로 스스로 여자라는 사실을 망각해가던 첫째 진영(추상미)은 수현과의 연애를 통해 ‘자기애’를 회복하게 된다. 그러니까, 대학로에서 공개한 촬영분은 수현과의 연애 이후 과감해진 선영의 모습을 담은 에필로그였다.

<게임의 법칙> <남자의 향기> 등 ‘선이 굵은 남자영화’를 주로 만들어온 장현수 감독이 만드는 로맨틱코미디는 어떻게 다를까. 이병헌은 장난스레 “선이 굵은 여자영화”라고 소개하면서, 장감독의 연출 스타일에 대해 “배우들한테 많이 맡기시는 편”이라고 답했다. 이병헌에겐 첫 로맨틱코미디라서, 세 여배우에겐 러브신 때문에 부담스러웠을 법하지만, “시나리오의 매력”이 모든 걸 감수하게 했다고. “코미디라는 장르가 비도덕적으로 보이는 소재에 면죄부를 주는 것 같다.” 러브신에 대한 질문들이 집요하게 이어지자, 이병헌은 대답 대신 “북한에서 오셨어요?”라고 응수해 좌중을 폭소하게 만들기도 했다.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막바지 촬영을 거쳐, 오는 7월 말이나 8월 초에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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