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모를 멸망시켰던 야마토국의 수도에서 귀족들이 습격당하고, 우 대신의 딸 히미코(후카다 교코)가 몽유병 증세를 보이며, 헤이안의 보물 ‘아메노무라쿠모의 검’이 소리를 내는 변고가 일어난다. 세이메이는 이 모든 일들이 이즈모국의 신화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오래된 고서에서 발견해낸다. 하지만 귀신을 퇴치할 수 있는 헤이안 최고의 음양사와 함께 신화의 세계에서 대면하는 것은 결국 산 자들끼리의 문제이다. 영화는 세이메이의 입을 빌려 신의 세계란 “인간의 간절한 염원”으로부터 비롯된다고 말한다. 신의 복수극을 종결시키기 위해서는 이즈모국의 비극적인 역사와 함께 그들의 후예가 왜 분노의 신이 되어야 했는지 타이르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승리한 자들의 죄의식, 패자의 분노를 보여준 끝에 세이메이는 결국 재생을 가능케 하기 위한 무녀가 된다. 영화적으로는 이 부분이 팬 서비스!
잊혀진 패자 이즈모국이 야마토국뿐만 아니라 자기 내부의 이질성과 충돌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영화 내부의 이러한 복잡한 충돌은 전쟁의 연속이었던 다민족국가 일본의 역사를 환기시키며, 유사법제 통과를 둘러싸고 갈등하는 현재의 일본이 투영되어 보이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그렇다면 영화의 후반부가 숭고한 가족애로 황급히 시침질되는 결말은 미심쩍다. 영화는 “ 시간이 지나면 모두 부질없을 일”이라며 시치미를 떼지만, 과거는 교활하고 이와 무관한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