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미국 극장가와 정계의 핫이슈로 떠오른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화씨 911>이 6월25일 개봉을 앞두고 연일 뉴스를 쏟아내며 홍보전의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LA 베벌리힐스에서 영화 및 언론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특별 시사회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비롯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는 뉴스도 들린다. 가히 ‘선거 대리전’이라고 할 만큼 영화계 바깥의 부시 지지 그룹과 안티 부시 그룹 사이의 힘겨루기도 만만치 않다.
한 사례로, 최근 LA의 대학가에는 마이클 무어의 이름으로 된 이메일이 급속도로 퍼졌다. 이메일의 요지는, 영화의 극장 개봉을 방해하려는 친공화당쪽 세력에 대항해, 지역 극장주들에게 전화를 걸어 영화 개봉을 촉구하는 지지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무어가 언급한 “무브 아메리카 포워드”는 공화당 홍보회사가 한달 전 급조한 시민단체로서 <화씨 911>의 상영을 계획하고 있는 극장주들에게 압력을 넣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몇달 전 <CBS>가 기획한 레이건 대통령에 관한 미니시리즈를 취소하도록 입김을 넣기도 했다고. 한편, ‘무브온’이라는 한 시민단체는 이에 맞서 전 멤버들에게 개봉 당일 무어의 영화를 관람하기로 서약하자는 긴급 메일을 보내는 등 <화씨 911>에 대한 조직적인 지지와 반대의 움직임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22일 배급사쪽은 애초의 예상치였던 500개를 초과하는 868개의 개봉관이 확정되었다고 발표해, 일단 <화씨 911>의 행로에는 파란불이 켜진 것으로 보인다.
그간 겪어온 배급의 어려움을 한고비 넘기자, <화씨 911>의 발목을 잡은 것은 관람등급. <화씨 911>은 기대했던 PG-13이 아닌 R등급(17살 이하 보호자 동반)을 받았는데, 무어쪽은 이에 불복하고 곧장 재심을 신청했다. 결국, 재심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인디 와이어>에 따르면, MPPA쪽은 청소년들의 관람을 제한하는 이유가 영화에 4번 등장하는 비속어와 이라크 전쟁 사상자들 및 미군의 가혹 행위에 대한 노골적인 묘사 때문이라고 밝혔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클 무어는 “몇년 뒤면 전쟁에 소집될지도 모르는 청소년들이 이 영화를 볼 권리가 있다”는 논리로, 청소년들에게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극장에 (숨어들어)가서 영화를 볼 것”을 촉구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SF소설의 고전, <화씨 491>를 집필한 로저 브래버리가 타이틀 표절 시비를 제기하는 등 <화씨 911>을 둘러싼 논쟁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무어쪽은 공화당쪽이 영화의 정확성 여부로 딴죽을 걸 것을 대비해 단어 하나까지 철저히 재검토하는 한편, 민주당 홍보 전략가 등으로 구성된 “사실 확인 전쟁 상황실”까지 조직해서 만반의 대비를 갖추었다는데. <화씨 911>의 열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따름이다.LA=옥혜령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