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파리] ‘바캉스=비수기’는 옛말
2004-07-13
글 : 차민철 (파리 통신원)
파리 극장가, 7∼8월에 개봉하는 영화 늘어나

바캉스의 계절 여름. 많은 사람들이 파리를 떠난 여름철 파리의 극장가는 왠지 썰렁할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실제로 다른 달에 비해 7월과 8월에 파리에서 개봉하는 영화편수는 상대적으로 적다. 한마디로 파리의 여름 바캉스 시즌은 영화개봉에 있어 불리한 시기라고 여겨져왔다. 물론 7월, 8월에 파리에서 개봉하는 영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몇해 전부터는 오히려 의도적으로 이 시기에 맞추어 개봉하는 영화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름철 파리 극장가에서 개봉하는 영화들을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할리우드 메이저 블록버스터의 경우 여름철 개봉에 맞추어 기획 제작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다음으로, 몇년 전부터 상당수의 프랑스영화들이 7월과 8월에 개봉을 하고 있다. 끝으로, 작가영화를 비롯한 독립영화들이 이 시기에 개봉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특히, 할리우드 메이저영화에 위협을 받고 있는 프랑스 자국영화와 독립영화에 7월과 8월의 바캉스 시즌은 여러 가지 이유로 유리한 시기가 되고 있다. 우선 바캉스가 끝나는 9월에 비해 7월과 8월은 프랑스 자국영화와 독립영화를 할리우드 메이저영화와의 경쟁이 비교적 덜한 상황에서 개봉할 수 있는 시기이다. 다음으로, 7월14일에서 8월15일 사이에 파리 내에 영화 포스터를 부착하는 데 드는 비용은 다른 달에 비해 30% 정도가 저렴하다. 포스터는 영화 마케팅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므로, 특히 자본이 넉넉하지 못한 독립영화에 여름 바캉스는 배급에 있어 상당히 유리한 시기가 되고 있다. 끝으로, 상영을 위해 극장을 잡는 데 드는 비용 또한 연중 다른 달에 비해 30∼40%가 저렴하다.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사진), 켄 로치의 <저스트 어 키스>, 로베르 게디기앙의 <내 아버지는 기술자다>, 그리고 상당수의 프랑스영화들이 올 여름 파리의 극장가를 채울 예정이다. 최근 들어 금기시돼왔던 파리의 7∼8월은 오히려 영화 개봉에 유리한 시기로 변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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