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앞에 선 강동원은 별 움직임이 없어 보였다. 움직여도 살짝, 표정을 바꿔도 살짝, 하는 게 강동원의 특징인 것 같다고 말을 건네자 조한선이 끼어든다. “그게 무서운 거예요. 얘랑 게임을 하면은, 제가 질 때가 있어요. 주로 이기는데, 갑자기 져요. 굉장히 열받잖아요. 담에 복수하러 가. 제가 이겼어요. 그러면은 (얘가) 열받는 게 보이거든요. 근데 얘는, 지고 있는데도 웃으면서, 어허허허, 오늘 컨디션이 안 좋다, 이러는데, 와, 이것도 미치겠는 거예요. 뭔가 반응이 와야 하는데, 웃으면서 실실…. 그러니까 이겨도 찜찜하고 져도 열받고.” 이어 강동원이 풍부한 부연설명을 덧붙인다. “저는 심리전에 되게 강해서요, 제가 져도 약올리고 이겨도 약올리고 그래요. 그러니까 한선이는, 져도 약올림당하고 이겨도 약올림당하고….” (웃음)
둘 다 RC카를 좋아하지만, 강동원은 주로 조립을 하고 조종은 조한선이 맡는다. 강동원은 어릴 때부터 뭐든 오랜 시간을 붙들고 앉아 만들고 조립하는 일이 취미였다. 초등학교 때, 침대를 사줄까, RC카(모터카 종류)를 사줄까를 물어왔던 부모님 앞에서 그는 주저없이 자동차를 선택했다(그래서 지금까지도 그의 방엔 침대가 없다고 한다). “제가 만날 조그만 차만 조립해서 갖고 놀다가 RC카로 눈을 돌린 거예요. 그러니까 집이 잘사는 편이 아니라서 집에서도 부담이 많이 되죠. 그래서 물어보시더라구요. 내가 만날 장난감 가게 가서 그것만 보고 있으니까…. 혼자 가서 빤히 구경하다 오고 그랬어요.” 이모부가 집에 오실 때마다, 그는 놀러가자, 놀러가자, 하면서 이모부 손을 잡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어김없이 장난감 가게로 갔다. 가만히 서서 유리창 속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조카에게, 이모부는 결국 무언가를 사줘야 했다. 혹시 이모부도 알았을까. 이 조그만 조카가 실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짐작했었다는 사실 말이다.
강동원은 불투명한 고무물체다. 누르면 쑥 들어가겠지만 그렇게 해서 속을 뚫을 순 없다. “일할 때는 준비를 진짜 꼼꼼하고 철저하게 한다”는 데서 얻어지는 느긋함과 어려서부터 혼자 있는 시간 동안 쌓아올린 자기만 아는 세계를, 강동원은 공유하고 있다. 조한선에게 “지금 너네 집으로 갈게”라고 전화하고서도 한참을 뒹굴거릴 만큼 게으르면서, 부모님이 속상해할 만한 일은 절대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는 눈치빠른 아들. 유한 개구쟁이 소년의 이미지는 같지만 사랑고백을 말로만 질러버릴 만큼 섣부르지 않다는 점, 그것이 정태성과 강동원의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