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스톤의 신작 <알렉산더>가 지난 11월24일 수요일 미국 전역에서 일제히 개봉했다. 이에 따라 <뉴욕타임스> <LA타임스> <롤링스톤> <버라이어티> 등 주요 언론들이 앞다투어 평을 내놓았는데, 분위기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도어즈> <JFK> <닉슨> 등 전작들에서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탁월한 시각으로 해석해보인 올리버 스톤의 이번 역사극에 평단이 등을 돌린 까닭은 내러티브의 산만함, 새로운 해석의 부재, 사치 부린 블록버스터, 175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등에 있다.
<알렉산더>는 기원전 4세기 마케도니아 제국의 주인 알렉산더 대왕의 세계 정복기에 초점을 둔 일대기다.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자기 발 아래 두었던 불패 영웅의 스크린 전기는 옥스퍼드대 역사학 교수 로빈 레인 폭스가 집필한 알렉산더 전기에 큰 기초를 두고 있다. 3년의 제작기간 동안 1억5천만달러를 들였고, 모로코와 타이 등지에서 3개월간 해외 로케이션을 거쳤으며, 수천명의 엑스트라와 수백 마리의 코끼리를 전투신에 동원하는 등 웅장한 규모에서도 다른 할리우드 사극들에 뒤질 것이 없다.
이에 대해 <LA타임스>는 “아주 무심한 사극”이라며 “그저 감독의 허영에서 나온 프로젝트”라고 일갈하고 “끈질기게 노력한 것은 알겠으나 다른 영화들이 가지 않은 영역을 개척한 흔적이 없다”고 평했다. <뉴욕타임스>는 올리버 스톤의 각본이 “미숙하고 플롯이 혼란스럽다”면서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도 “시대적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 연기”라고 평했고, <버라이어티>는 “3시간에 이르는 러닝타임 때문에라도 관객이 이 영화의 테마에 집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썼다.
이처럼 언론의 혹평 속에 묻힌 <알렉산더>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소설가 고어 비달은, <알렉산더>가 주인공 알렉산더를 이방여자 록산느와 결혼시키면서 한편으로 그의 오랜 친구이자 전장의 동료 헤파이스티온과의 동성애적 관계를 지속하도록 두는 것에 대해 “바이섹슈얼리티에 대한 솔직한 묘사이며 할리우드의 터부와도 같은 장애를 깬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게이와이어드>(Gaywired) 역시 “역사적 인물을 다루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전설적인 영웅의 바이섹슈얼리티를 높이 샀다는 건 신경지의 개척”이라고 감독의 시각을 호평했다. 그리스의 일부 변호사들은 “이건 픽션이지 알렉산더의 일생을 진실되게 묘사한 게 아니다”라며 알렉산더의 성정체성 묘사와 관련해 강한 법적 대응을 취하겠다고 벼르고 있기도 하다. <알렉산더>는, 부정적인 평단에서 그래도 “훌륭하다”고 점수를 던진 전투신의 폭력성과 일부 누드신으로 인해 R등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