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하 <하울>)이 일본 열도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 11월 20일 448개관에서 개봉된 <하울>은 개봉 9일만에 3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2주차에도 여전히 일본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런 대기록을 볼 때 전작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가지고 있던 일본 흥행 1위 기록도 무리없이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배급사 도호는 최종 스코어 목표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세운 2304만명보다 훨씬 웃도는 4000만명으로 잡고 있다. 관객과 평단의 반응도 놀라우리만치 전폭적인 지지상황이라 도호의 이런 목표가 배짱예측만은 아닌듯 하다. 영화팬들은 표를 사기 위해 심야까지 기다리고 있고 요미우리 신문사는 <하울>을 지지하는 CF까지 만들어서 방송할 정도로 지금 일본 극장가는 <하울> 한편으로 광적인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런 폭발적인 흥행의 이면에는 비밀로 일관한 사전 마케팅도 한몫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예비지식 없이 즐겨주었으면 좋겠다”고 하며 개봉전까지 두편의 예고편과 두장의 스틸컷만 공개했었다. 워낙 대감독의 신작이라 가뜩이나 기대하고 있던 차에 작품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자 개봉과 동시에 이런 폭발적인 반응이 가능하게 된 것. 전세계적으로 일본에 이어 두번째로 개봉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전략이 그대로 맞아 떨어져 <센과 치히로...>의 국내 흥행 기록을 깰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국내 개봉은 12월 4일로 잡혀있다.
2위인 <지금, 만나러 갑니다>(いま, 會いにゆきます)도 확실하게 롱런중이다. <하울> 개봉과 동시에 한계단 떨어졌지만 5주차에도 여전히 2위를 기록했다. 에이가닷컴(www.eiga.com)에 따르면 이번 주중에 흥행수익 30억엔 돌파가 가능해 보인다. 3위는 새롭게 개봉한 <폴라 익스프레스>로 상영 스크린수가 400개 이상인 점을 감안할 때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이틀동안의 흥행수익은 2억엔이 채 안된다. 미국에서의 흥행도 예상외로 저조했었는데 일본반응도 미지근한 편이다.
이병헌, 최지우 주연의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개봉 첫주에 4위로 데뷔했다.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27일 개봉 전에 예매권이 3만장 이상 팔리면서 인기몰이를 했었고 주연배우 이병헌과 최지우는 개봉과 동시에 위성으로 일본팬들과 화상 무대 인사를 하기도 했었다. 이틀 동안의 흥행수익은 1억엔으로 <스캔들>이 개봉 첫주에 세웠던 6700만엔 보다는 좋은 기록이지만 이는 스크린수가 그때에 비해 40% 이상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영화를 수입, 배급한 도시바 엔터테인먼트는 현재 일본내 한국영화 흥행 1위인 <쉬리>의 18억엔(186억원)을 경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그다지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첫주 4위 데뷔는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와 같은 수준으로 <스캔들>은 8위, <올드보이>는 10위에 데뷔했던 점을 생각해보면 순조롭게 출발한 셈이다. <쉬리>의 흥행수익에는 못미쳐도 <스캔들>의 최종수익 8억엔에 근접하는 것은 현실성이 있어 보인다.
5위는 역시 새로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스카이 캡틴>. 전통적으로 할리우드 영화가 강세를 띠는 곳이 일본이지만 요즘은 크게 맥을 못추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콜래트럴>이 상영 5주차에도 6위에 올라 체면치레를 하는 중이다. 그밖에 7위에서 10위는 모두 일본 영화로 <괭이갈매기>(海猫), <숨겨진 검, 오니노츠메>(隱し劍 鬼の爪), <웃음의 대학>(笑の大學), <피와 뼈>(血と骨)가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