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 정도였던가….” 11월21일 강우석 감독의 신작 <공공의 적2> 촬영장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사 정문 앞에는 카메라 가방을 든 엄청난 숫자의 취재진이 모여 있었다. 온라인 매체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지만, 이날 촬영장의 취재진은 100명을 너끈히 넘어서는 숫자였다. 게다가 한결같이 낯선 얼굴 아닌가. 영화를 놓고 밥숟가락질을 하는 ‘동업자’들이라면 촬영현장이나 시사회장에서 어떻게든 눈을 마주쳤을 텐데 이렇게 못 알아보는 걸 보니 그동안 취재를 너무 게을리했구나, 자책하는 찰나 이 영화의 홍보사 직원의 목소리가 들린다. “동호회에서 오신 분들은 이쪽으로 와주세요!” 정문을 통과해 검찰청사 현관 앞으로 가보니 ‘진실’은 명확해졌다. 이날의 촬영분은 정치권의 거물 의원(박근형)이 검찰에 소환되는 장면. ‘포토라인’을 형성하는 엄청난 수의 사진기자들이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설사 보조연기자를 동원한다고 해도 100여대의 카메라를 조달할 방법이 막막했던 제작진은 한 ‘SLR 카메라 동호회’를 섭외해 출연시키는 ‘묘수’로 이 장면을 준비한 것이다.
취재기자 역할을 맡은 100여명의 보조연기자를 포함해 200여명에 달하는 ‘하루살이’ 기자들을 제외하더라도 이날 촬영장에는 상당히 많은 취재진이 모여들었다. <공공의 적2>가 외부인에게 첫선을 보이는 자리인데다 <실미도>로 1천만 관객 시대를 열어젖힌 강우석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 때문이었을 것. ‘진짜’ 기자와 ‘가짜’ 기자 수백명이 뒤얽힌 탓에 촬영장인 검찰청 로비는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특히 박근형이 로비로 걸어와 포토라인 앞에 서는 장면의 촬영이 시작되자 동호회원들이 터뜨리는 셔터 소리에 사진기자들의 셔터 소리가 더해져 ‘촤자자자작’ 하는 울림이 유난히 높은 천장의 로비를 떠돌았다. 이 시장통 같은 현장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운동화 차림의 사내가 있었으니, 그는 강우석 감독이었다. 북적거리는 현장을 조감독에게 지휘하도록 맡겨둔 채 모니터 앞을 지키던 강 감독은 순간순간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팍 튀어나가 단호하게 지시를 하곤 했다. 모니터를 돌려보지 않고 오케이 사인을 내는 것은 물론이고, 부분부분을 떼어내 편집하기 위해 다양한 앵글로 촬영하는 ‘마스터 숏’을 찍을 때도 그는 머릿속에 편집본을 만들어놓은 듯 찍다 말고 “컷, 오케이”를 외치기도 했다. 과연 현장의 달인이라는 이야기의 유래를 알 수 있게 하는 모습이었다.
이어진 촬영은 박근형이 검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장면. 사학재단과 정치권의 거대한 커넥션을 파헤치는 ‘꼴통’ 검사 강철중 역의 설경구가 처음으로 나타났다. <역도산> 촬영 당시보다 16kg이나 빠진 홀쭉한 모습의 그는 제법 검사 티가 나보였다. “아, 내가 처음으로 대졸자 역할을 한다니까”라고 촬영 전 이야기했던 그는 검은색 정장을 입은 채 날카로운 눈매를 번득이며 정치권 실세를 맞이하는 연기를 했다. 그는 “내가 원래 대사를 안 외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하도 어려운 말이 많고 대사도 길어서 외워야 했다니까”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역도산>을 마친 뒤 1달 하고 열흘 만에 촬영에 들어가 역도산 캐릭터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고, <공공의 적> 1편 때의 캐릭터가 자꾸 떠올라 초반에는 아주 부담스러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제 9부능선을 넘은 <공공의 적2>는 11월29일 크랭크업할 예정이며, 개봉은 내년 구정께로 잡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