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돈이 없다. 병석은 유일한 재산인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결혼식 장면을 찍으러 다닌다. 갈비 집에서 숯불도 피우고, 선배를 따라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성인 비디오도 팔아본다. 그사이에 형은 자기 이름으로 대출을 한 다음이고, 이제 그 빚을 떠안게 된다. 처음에는 직원이 찾아오고, 다음에는 깡패가 찾아온다. 그러는 동안 병석의 애인 재경은 사채업자 사무실에 취직하지만 우울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하루 만에 ‘짤린다’. 인터넷 홈쇼핑에서 물건을 떼어 친구들에게 팔려고 하지만 피라미드 사기에 말려든 것을 알게 된다. 병석은 비디오 카메라를 팔아야 하고, 재경은 카드깡 업자를 찾아 전전한다. 이제 그들의 청춘은 얼마 남지 않았다. 어쩌면 이미 끝난 것일지도 모른다.
노동석이 각본을 쓰고 (그의 영화 아카데미 동기들을 이끌고) 연출한 첫 번째 (디지털) 영화 〈마이 제너레이션〉의 주인공은 사실상 신용카드다. 카드는 병석과 재경의 삶을 휘저어 놓는다. 그들은 하여튼 카드를 채워 놓아야 한다. 은행 현금출납기의 친절한 (녹음) 목소리는 매정하고, 그들의 휴대폰으로 돈 때문에 쉴 사이 없이 그들을 찾는다. 배고픈 카드는 그들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사정없이 조른다. 이 유령 같은 물신의 관계 속에서 (모노로 촬영된) 흑백화면은 사실주의적이기는커녕 차라리 카드 물신주의 시대의 추상화된 현실을 반영하는 음울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세계에 거의 멈춰선 카메라는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는 절망감의 알레고리다. 그들이 만나는 인간들은 모두 돈 이야기만 한다. 그런데도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나무 아래서 서성거리면서 배가 떨어지기만 기다릴 뿐이다. 배는 그들이 그곳을 떠난 다음에야 떨어진다. 상영시간 85분 동안 단 한 차례도 웃음소리를 들을 수 없는 여기에는 정치적 비전도 없고, 그렇다고 현실과의 싸움도 없다.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얼 해볼 수도 없다. 이것이 노동석이 물끄러미 쳐다보는 ‘그저 보기만 해도 짜증스러운’ 나의 세대다.
빈곤의 미학으로 찍힌 이 영화는 대부분 지루한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야기는 거의 진행되지 않는다. 인물들은 무표정하며, 가끔 대사로만 그들의 감정을 드러낼 뿐이다. 영화는 종종 길을 잃듯이 세상의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그 어디에서도 결정적인 순간은 만날 수 없고, 다만 세상을 이루는 단편들이 두서없이 웅성거린다. 그러나 그 어떤 영화적 기복도 없이 장소와 상황만 있는 이 외로운 영화의 아름다움은 바로 그 사소한 시간들에 있다. ‘나의 세대’가 만나는 세상은 그 사소한 잔인함의 일상생활로 넘쳐난다.
그런 그들이 희망을 안고 세상을 ‘총천연색’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비디오 카메라를 통해서다. 그러나 오늘이 지나면 그 카메라를 팔아야 한다. 병석은 재경의 진실을 담고 싶다. 그래서 그녀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오늘 무슨 일이 있었냐고 몇 번이고 묻는다. 재경은 눈물을 흘리면서 대답한다. “카메라 끄면 대답할게.” 그러면 길게 이어지는 게임 속의 자동차를 보면서 영화는 끝난다. 떠날 데 없는 탈출 불가능의 참담함. 아무런 위로도, 진실도, 비전도 담지 못하는 영화 앞에 선 무능력은 ‘나의 세대’의 유일한, 뻔한, 불가피한, 그저 그런, 하지만 그래도 버텨야 하는 메시지다. 용기를 내라고? 그러나 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