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다섯 인생이 모여 만든 그들만의 가족, <다섯은 너무 많아>
2005-01-31
글 : 오정연
사진 : 이혜정
독립디지털장편영화 <다섯은 너무 많아> 촬영현장

스탭이 너무 많다. 엄밀히 말하자면, 장소가 너무 좁은 것이지만. 그러나 2004년 독립디지털장편 제작지원 선정작 <다섯은 너무 많아>의 맹렬 촬영현장을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그게 무슨 말인지 알 법도 하다. 한창 기승을 부리던 맹추위가 잠시 숨을 죽였던 지난 1월3일. 영화의 첫신을 촬영하기 위해 네평도 안 되는 좁은 방 안에 북적거리고 있는 배우와 스탭은 10명도 넘었다. 배우 세명에 촬영감독, 동시녹음, 조명감독, 특수분장과 연출부, 그리고 불청객처럼 끼어든 사진기자까지. 좁은 방 안을 거의 다 보여주는 화면 속에서 그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기적이다. 그러나 방 바깥에 자리잡은 감독과 스크립터, 조연출은 작은 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행여 촬영 장비나 스탭의 신체 부위, 전선 등이 끼어든 것은 아닐까 체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영화에서 주요하게 등장하는 동규(유형근), 철민, 시내의 방이 앞집과 뒷집, 옆집에 세팅이 되어 있고, 영화 속 골목과 놀이터, 굴다리 등이 이동거리 5분 안에 위치한 이곳은, ‘성북동 종합촬영소’. 제작진들이 촬영장소를 부르는 애칭이란다.

인디포럼 2003 상영작 <사랑아니다>를 비롯, 1999년 한겨레 영화제작학교를 다닐 무렵부터 지금까지 6편의 중·단편영화를 연출했으며, 지난해 말 개봉했던 <마이 제너레이션>에서 여유만만한 사채업자로 ‘명연’을 펼쳤던 안슬기 감독은 현직 고등학교 수학교사. 그래서일까. ‘가족이 별거냐’며 대안가족을 이루고 알콩달콩 살아가는 <다섯은 너무 많아>의 다섯 인물들은 나름대로 급진적인 캐릭터들임에 분명하지만, 그중 단 한명도 악하거나 엇나가지 않는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가출소년 동규는 어떻게든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어릴 때부터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던 30대 중반의 노처녀 시내는 하나둘씩 자신의 방으로 기어들어오는 사람들을 싫어하는 내색 하나없이 거둬들인다. 한편 밤늦게까지 자식을 위해 고생하는 엄마가 불 꺼진 방으로 들어온 뒤, 혼자서 무언가를 꾸역꾸역 먹는 것으로 시작하는 영화의 첫 장면은 동규의 꿈에 해당한다. 감독은 이에 대해, “동규의 가족관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특별히 엄마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자식들을 위해 그처럼 희생하는 엄마가 의아하고 낯설게 느껴진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단편을 찍을 때와 달리 장편은 끝이 안 보인다”며 어려움을 토로하는 안슬기 감독. 그러나 그의 곁에는 모니터 속 사소한 NG도 나서서 잡아내고, 빈번하게 지나다니는 마을버스는 물론이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동네 개의 울음소리까지 칼같이 지적하는, 열혈 스탭들이 있다. 그러므로 1월 안에 촬영을 마치고,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편집을 완료한다는 살인적인 스케줄 역시, 무난히 실행에 옮겨질 수 있을 것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