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로 만들어진 온전한 모습의 30-40년대 한국영화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한국영상자료원(원장 이효인)은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중국과 일본에서 발굴·수집한 극영화 4편과 기록영화 5편을 3월2일부터 4일까지 영상자료원 시사실에서 상영한다.
극영화는 <군용열차>(서광제 감독·1938) <어화>(안철영 감독·1939) <집없는 천사>(최인규 감독·1941) <지원병>(안석영 감독·1941)로 지금까지 영상자료원이 보존하고 있던 가장 오래된 완본 한국영화 <자유만세>(1946)보다 빠르게는 8년이나 앞서 제작된 영화들이다. 지난해까지 영상자료원은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극영화 5편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망루의 결사대>등 3편은 일제 말 일본어로 제작됐으며 한국어로 된 <심청전>과 <어화>등 2편은 일부만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따라서 한국어로 된 온전한 일제시대 극영화를 볼 수 있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효인 영상자료원장은 “지난해 11월 중국전영자료관에 찾아가 중국의 한국영화 필름 보관 여부와 한중일 영화교류에 대한 이야기하다가 이번에 공개하는 필름의 목록을 받게 됐다”면서 “중국에 있는 프린트를 받아 새로 프린트를 뜨는 작업을 거쳐 12월6일 완본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네편의 영화에는 일어자막이 포함돼 있으며 각기 다른 내용이지만 영화 속에 황국민의 의무를 강조하거나 식민정책 동조하는 등의 장면을 담아 당시 일본의 검열 아래 영화가 제작됐음을 짐작케 한다.
일본 오사카에 있는 사설 시네마테크인 플래닛비블리오테크 드 시네마로부터 12월30일 인수한 기록영화 <조선>(1938)과 <해방뉴-쓰>(1946) 4편은 각각 당시 조선의 주요 관광지와 해방이후의 생활풍속, 기념일 경축행사 등을 담고 있다.
이 원장은 “일본과 중국 뿐 아니라 대만에서 신상옥 감독의 <열녀문> 등 남한에 없는 70년대 한국영화 8편과 홍콩에서 한·홍 합작 시절에 제작한 영화 십여 편을 찾아낸 상태로 올해 안에 이 필름들의 인수를 추진하고 북한에서 보관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만희 감독의 <만추> 등 200여 편의 필름들도 지속적으로 확인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