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영화의 출현 이후 뚜렷이 각인된 장르는 뮤지컬과 갱스터영화다. 갱스터영화의 총소리, 비명과 빠른 전개는 춤과 노래만큼이나 거부하기 힘든 짜릿한 공포였다. 루이 푀이야드의 <팡토마>로 시작되고 할리우드에서 터를 잡은 갱스터영화는 신문의 헤드라인에서 보던 갱스터를 훨씬 치밀하게 그려나갔다. 하지만 도시가 낳은 비극, 갱스터의 운명은 드라큘라나 프랑켄슈타인보다 더 저주받은 것이었다. 검열과 규정 그리고 ‘이 영화는 범죄자를 찬양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사회악과 반영웅의 매력과 도덕적 판단 사이에서 갈등하거나 치를 떨곤 했다. DVD의 사정도 다르지 않아서, 수없이 출시된 할리우드 클래식 가운데 갱스터영화의 고전은 찾기 힘들었다. 이 야만적인 남자들이 드디어 <갱스터 컬렉션>란 이름의 DVD와 함께 귀환한다. 여기에 이미 출시된 <스카페이스>(1932), <하이 시에라>(1941), <키 라르고>(1948)을 더하면 고전 갱스터영화의 컬렉션이 근사하게 완성된다.
<리틀 시저>와 <사회의 적>은 에드워드 로빈슨과 제임스 캐그니를 갱스터영화의 아이콘으로 등극시킨 작품이다. 빈민층 출신의 야심에 찬 남자가 잔인한 방법으로 일그러진 꿈을 이루려다 몰락하는 과정과 심리적, 성적으로 비정상적인 남자의 초상은 갱스터영화의 전형을 제시했다. <페트리파이드 포리스트>와 <더러운 얼굴의 천사들>은 검열 때문에 변형된 갱스터영화에 해당한다. 갱스터는 두 남녀의 비극적 사랑을 강화하고 보조하는 역할로 축소되거나, 영화의 교훈적인 성격 탓에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진다. 금주법과 대공황 시기를 관통하는 갱스터의 연대기 <포효하는 20년대>는 갱스터영화의 정점이다. 무정부적인 혼란과 로맨스, 개인의 투쟁과 사회의 균형에 에워싸인 갱스터의 비극은 역으로 가장 매력적이면서 동정하고 싶은 인물을 창조해냈다. 1940년대를 마감하는 <화이트 히트>는 갱스터영화의 종말과 같다. 도시에서 쫓겨난 점퍼 차림의 무법자들의 두목이자 심각하게 뒤틀린 성격의 주인공은 화학물 탱크 위에서 장렬하게 산화하면서 고전 갱스터영화의 마지막 묘비명에 새겨진다. 낭만적이고 전설적인 이들 범죄자가 프랜시스 코폴라와 마틴 스코시즈에 의해 사실적이고 의미심장한 모습으로 부활하기 위해선 오랜 세월을 지하에서 기다려야 했다.
DVD엔 작품마다 전문가의 음성해설과 특집영상이 제공되며, 뉴스릴, 단편영화, 단편애니메이션, 관련영화의 예고편 등으로 구성된 ‘워너와 함께하는 밤’은 당시의 분위기를 만끽하게 하는 부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