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프리프로덕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영화와 관련된 이미지들을 참조한다는 점이다. <살인의 추억> 당시에도 신디 셔먼 등의 사진이 작업실 곳곳에 붙어 있던 것처럼 이번에도 여러 종류의 사진이 그의 책상 주변 벽을 메우고 있다. 이런 이미지들이 영화 속에 똑같은 구도와 앵글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준 영감이 영화 속으로 투영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번에 그가 생각하는 이미지 컨셉은 “분쟁과 재앙, 상처받은 아이들과 고전 장르 이런 게 한데 뒤섞이는 것”이다.
①~③은 사진작가 찰리 화이트 사진집 <Charlie White: Photographs>에 담긴 작품들로, 봉 감독이 웨타에서 받아온 것. 봉 감독이 일상적인 시공간 속에 낯선 괴물이 출현한다는 기본적인 구상을 설명했더니 리처드 테일러가 대뜸 이 책을 줬다. LA의 과장됐다 싶을 정도로 일상적인 풍경 속에 괴생명체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④~⑥은 샐리 만의 사진집 <Immediate Family>에 실린 작품들. 그녀는 자신의 아이들을 모델로 내세우는데, 뭔가에 의해 상처입은 듯한 아이들을 보여준다. 이는 영화 속 아이들의 이미지와 어느 정도 맞물릴 것으로 보인다. ⑦~⑨의 할리우드 고전 괴수영화 이미지는 이 장르의 매우 원초적인 모습을 보기 위해서 참조했고, ⑩의 기형물고기 사진은 영화 속 괴물의 생물학적 뿌리라는 점에서 검토했으며, ⑪~⑫의 9·11 테러, 6월항쟁, 축구장 난동 등의 이미지는 영화 속 두개의 몹신을 위해 참고했다. 집단적인 저항, 시가전, 급작스런 사고, 패닉 속 사람들의 이미지는 괴물과 시민들의 추격장면을 미리 예상케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