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3월18일(금) 밤 12시55분
영화를 좋아하는 한 여성이 있다. 박찬욱 감독을 좋아하는 그녀는 <올드보이>가 너무 보고 싶었지만, 청각장애인이기 때문에 한글자막이 없는 영화를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들뜬 마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가서 <올드보이>를 보고 감독에게 수화로 질문을 한다. 왜 영어자막은 있는데, 한글자막은 없냐고 한글자막을 넣을 생각이 없느냐고. 감독 대신 진행자인 허문영 프로그래머가 모든 영화에 다 한글자막을 넣진 못했다고 대답한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영화를 제대로 관람하지 못한 김지영씨는 극장 밖에서 울음을 터뜨린다.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들을 위한 배려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비단 부산영화제뿐만 아니라 장애인영화제를 제외한 거의 모든 영화제에서 장애인을 위한 한글자막을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일부 극장에서 휠체어석이 생긴 것도 최근의 일이며, 개봉시에 장애인을 위한 자막지원은 단 한개관에서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꿈꾸는 손짓 너머>는 영화를 좋아하는 평범한 지영씨를 가운데 놓고, 그녀의 일상생활을 통해 비장애인으로 하여금, 현실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든다. 하지만 완성도는 다소 미흡하며, 인물에 너무 기댄 나머지 감독의 시선이나 주장을 발견하긴 어렵다. 바다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그녀가 많은 한국영화를 관람하고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