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역도산 감독판> 박범수 프로듀서 인터뷰
2005-03-31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박범수 프로듀서는 송해성 감독의 전작이자 한국 영화 타이틀의 모범으로 손꼽히는 <파이란> DVD를 제작한 장본인이다. <역도산 감독판>으로 송해성 감독과 다시 만난 그에게서 DVD 제작 과정의 이모저모를 직접 들어보았다.

<역도산> DVD만의 특징을 간단히 말해 달라.

가장 큰 특징이라면 감독판으로 출시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송해성 감독의 제의에 의한 것으로, 사실 <역도산>은 극장에서 공개된 것 외에도 여러 가지의 버전이 있다. 예를 들면 칸에서 개봉된 버전이 있고, 올 6월 일본 공개를 위해 별도로 편집중인 버전도 따로 있다. DVD의 감독판은 극장과는 별도로 국내판 DVD만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버전이다.

감독판은 극장판과 어떤 점이 다르며, 몇 분 정도가 추가되는가?

기본적으로는 칸 공개 버전을 텔레시네(※)하여 여러 가지 내용을 추가한 것으로, 내용상으로는 좀 더 복잡해진 부분이 있다. 시간상으로는 2분가량 늘어났다. 추가된 장면의 양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칸 버전을 기본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극장판에 없는 장면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DVD에 극장판이나 칸 버전을 수록하지 않는 이유는, 극장판 자체가 감독이 원했던 수준에 다소 미치지 못한 상태로 마무리되었기 때문에 그것을 만회하고자 하는 차원에서다. 레슬링 장면이라든가, 관객의 감정에 호소하고 싶었던 장면을 더욱 다듬은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감독판으로 나왔던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작업했던 경험 때문에 원래의 의도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감독들의 안타까움을 이해한다.

작업하면서 특별히 중점을 두었던 부분이 있었다면?

영화의 흥행 결과가 나쁘면 당연히 DVD 제작상의 어려움 또한 비례한다. <역도산>도 예외는 아니었다. 따라서 시장이 축소되고 흥행이 잘 안된 여파 때문에 원하는 만큼의 작업을 할 수 없었던 아쉬움이 있다.

부록은 어떤 식으로 구성되며, 기획 과정은 어땠는가?

부록은 통상적인 DVD와 크게 차별화되지 않았다. 다만 작품의 특성답게 제작 과정과 <반지의 제왕>에 참여했던 스탭이 맡았던 디지털 색보정(DI) 과정이 들어갔다. <역도산>의 경우에는 부록에 우선적으로 힘을 싣기보다는, 감독에게 있어 아쉬움이 남았던 극장판을 보완하는 매체로서의 중요성에 더 관심을 두었다. 감독의 코멘터리에는 ‘이 영화가 왜 망했을까’에 대한 궁금증과 아쉬움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 했고, 영화를 통해 자신이 의도했던 대로의 진정성이 충분히 표현되었다고 평가했다. 주연 설경구의 연기에도 만족했기 때문에 감독 자신은 작품에 대해서 후회가 없다는 입장이다. 음성해설에는 송해성 감독, 설경구, 김선아 프로듀서, 이재진 음악감독이 참여했다.

실존인물을 다룬 영화다 보니 부록을 구성하는 데 있어 자료 확보도 중요했을 것 같다. 자료 수집은 용이한 편이었는가?

저작권 관계로 실제 역도산에 관련된 자료는 사용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애초에 영화 프로듀서가 역도산의 유족과 협의한 저작권의 범위가 사진 정도만 사용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 이상의 자료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일본 개봉 후 한국에서도 새로운 <역도산> DVD가 출시될 가능성은 있는가?

한국에서 새로 나올 가능성은 10% 미만으로 보면 된다(웃음). 판매량이나 수익이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DVD를 <역도산>의 처음이자 마지막 버전으로 보면 된다.

DVD 관련 커뮤니티 등에서 화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최근의 DVD 텔레시네는 HD로 작업을 해 왔다. 그러나 <역도산>의 경우에는 그 보다 낮은 해상도의 SD 소스로 작업하였다. SD는 HD에 비해 아무래도 이론상으로는 떨어진다고 볼 수 있는데, 이렇게 작업을 하게 된 이유는 감독판의 추가 장면 때문이었다. 추가 장면을 넣기 위해 그 장면들이 수록된 테입에서 또 하나의 원본을 만드는 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2차 작업이 되는 셈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송해성 감독의 감독판에 대한 강한 의지도 작용했다. 감독으로서는 극장 공개판보다도 감독판을 관객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가 확고했기 때문에, 이러한 한계를 감수하면서까지 추가 장면을 삽입하여 작품을 마무리 하고 싶어 했다.

색감이 전체적으로 붉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예전에 <클래식> DVD가 과도한 붉은 색감 때문에 리콜된 적이 있지만, <역도산>은 그와는 다르다. <역도산>은 디지털 색보정(DI) 작업을 거쳤는데, 고독한 인물을 다룬 이야기와는 달리 화면의 색감은 따뜻하고 온화하게 간다는 것이 원래 의도였다. 또한 디지털 색보정을 하게 되면, 예를 들어 어색한 피부색을 실제에 가깝게 바꾼다면, 피부색만 조절되는 것이 아니라 필름의 전체 색감이나 질감까지 함께 바뀌게 된다. <역도산>의 경우 화면이 전체적으로 온화하고 앰버(호박색) 톤이 돈다는 것이 원래의 의도였다.

예를 들면 극장판에서는 피의 색깔이 거무스름하여 피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데, 이 부분에서 DI 작업을 거쳐, 피의 색감을 제대로 살린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여러 부분의 색감을 조절한 결과 전체적으로 붉은 톤의 화면이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작업 과정에서의 텔레시네나 인코딩 실수가 아니다. 처음부터 감독이 생각하고 있었던 색감을 DVD를 통해 되살리는 과정이었을 뿐이다. <역도산> DVD의 독특한 색감은 디지털 색보정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다. 감독과 제작사 역시 DVD의 색감 쪽이 원래 의도한 쪽에 가까워 만족스럽다는 입장이다. 작품의 특성에 맞춘 색감이라고 보아주었으면 좋겠다.

<역도산 감독판> DVD의 캡처 사진

외국의 경우에는 필름을 고해상도로 스캔한 뒤 작업하며, 사전에 이러한 작업을 고려하기 때문에 감독판 등 별도의 버전을 만든다 해도 얼마든지 그 데이터를 끌어다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그러한 여건이 되지 못하며, 흥행 결과에 따라 DVD 작업 여건도 오르락내리락하기 때문에 별도의 버전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모험에 가깝다.

감독의 빡빡한 스케줄도 한몫했다. <역도산>의 일본 개봉판 편집을 위해 한국과 일본을 계속 오가야 했기 때문에 일정 조정에 어려운 점이 많았다. 송해성 감독은 <파이란>을 계기로 DVD라는 매체에 굉장히 애착을 갖고 있다. 따라서 화질에서 조금 손해를 보는 상황을 감수하고서라도 관객들에게 정말로 보여주고 싶은 감독판을 만들기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더욱이 개봉 결과에 많은 아쉬움이 남자 감독판에 대한 의지를 더더욱 굽히지 않았다. DVD는 그러한 의도를 수렴한 결과다. 다소 화질이 떨어진다 해도 비디오와는 비교할 수 없고, 설사 마니아분들에게 다소 실망스러울 지는 몰라도 일반 대중들에게 감독이 극장에서 미처 전달하지 못했던 내용을 보여준다는 데 비중을 두어 작업했다.

프로듀서로서 타이틀에 만족한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크게 자랑할 만한 것은 없지만(웃음), 프로듀서로서 어떤 감독의 영화를 DVD로 만들고 나면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송해성 감독도 <파이란>에서 같이 작업을 하고 <역도산>으로 다시 만났다. 앞으로 <역도산>이 일본 개봉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어 이 DVD가 감독에게 좋은 소장품으로 남겨지기를 기대한다. 아쉬움이라면 지금의 시장 자체가 한계를 수용할 수 있는 범위가 좁기 때문에, 앞으로는 극장에서 부족했던 점을 DVD로 메울 수 있는 시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가판권이나 2차 저작물의 시장이 활성화 되어 소비자들이 외면하지 않는 DVD가 되었으면 한다. 그렇게 된다면 화질이나 음질에 대한 논란도 훨씬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역도산> 촬영 현장에서의 송해성 감독 (사진 왼쪽)

※ 텔레시네(telecine) : 영화를 비디오, DVD로 출시하거나 TV를 통해 방영하기 위해 거치는 단계로, 24프레임의 필름이 1초를 구성하는 영화를 30프레임에 1초를 구성하는 TV용 영상으로 전환하는 작업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