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뉴욕] 관객과 영화계의 환호, 9회 맞은 뉴욕어린이국제영화제
2005-04-07
글 : 양지현 (뉴욕 통신원)
쑥쑥 자라는 어린이영화제

세계적인 감독들의 미국 프리미어와 오프닝 나이트 파티, 스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 3주간 계속되는 연이은 행사들. 어느 유명 영화제를 묘사하는 것 같지만, 이 풍경은 지난 97년에 시작된 뒤 해마다 큰 호응과 명성을 얻고 있는 뉴욕어린이국제영화제 2005의 모습이다.

<밀리언즈>의 감독 대니 보일(가운데)과 두 어린이 주연배우들은 관객과의 대화시간을 갖기도 했다. <밀리언즈>는 추가 상영회가 잡힐 정도로 큰 호응을 받았다.

디즈니와 픽사 등 할리우드 패밀리영화를 배제하고, ‘어린이를 위한 독립영화’를 보여 주고 있는 이 영화제는 올해 대니 보일 감독의 첫 가족영화 <밀리언즈>를 오프닝작으로 시작했다. 보일 감독은 두 꼬마 주인공과 함께 이번 행사에 참여했고, 역시 미국 프리미어인 <스팀보이>의 오토모 가쓰히로 감독도 관객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밖에도 모리타 히로유키 감독의 <고양이의 보은>, 40년 만에 처음으로 러시아에서 제작된 장편애니메이션 <작고 긴 코>(Little Longnose) 등 많은 작품들이 뉴욕은 물론 미국에 첫선을 보이는 기회를 가졌다. <밀리언즈>의 오프닝 상영에 기대 이상으로 문의가 몰리자, 영화제 쪽은 행사 시작 3∼4일 전에 상영을 1회 늘리며 발빠른 대응을 하기도 했다. 추가 상영회에 참석한 관객은 생각지도 않게 감독은 물론 두 어린이 주연배우들과 질의응답 시간도 갖게 돼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한국 감독들의 참가도 활발

비경쟁 부문 장편애니메이션으로 뉴욕 프리미어를 가진 성백엽 감독의 <오세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 감독의 작품이 세 편 출품된 이번 행사에는 기존 영화제와 맞먹는 1800편 이상의 작품이 지원했다. <뉴욕타임스>의 말을 빌리자면 “선댄스 아니, 어쩌면 칸영화제에 버금가는 규모와 찬사를 받는 영화제”이다. 지원작 중 64편의 단편영화와 애니메이션이 경쟁부문에 선정됐고, 10편의 장편영화들이 소개됐다. 한국 작품으로는 성백엽 감독의 <오세암>이 비경쟁 부문 장편애니메이션으로 뉴욕 프리미어를 가졌다. 한태호 감독의 단편애니메이션 <아프리카>가 8살부터 14살까지 어린이를 위한 단편영화 프로그램2에 출품됐고, 김현주 감독의 단편애니메이션 <베개아이>(June the Pillow)가 5∼10살까지 어린이를 위한 단편영화 프로그램1에 출품됐다.

비경쟁 부문까지 총 93편의 작품이 소개된 이번 행사에는 상영 이외에도 애니메이션 워크숍과 기타 특별 프로그램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됐다. 영화제쪽에 따르면 올해 페스티벌에는 2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참여했다. 3∼6살까지 유아들을 위한 단편 프로그램을 두 딸과 함께 찾은 한 한인 관객은 “다른 아이들과 함께 보니까 아이도 더 재미있게 본 것 같다”며 “단편이라 아이들이 힘들어하지 않았고, 내용도 좋아서 온 가족이 같이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좋은 어린이영화가 아닌 좋은 영화를 찾는다”

영화제의 설립자이자 공동디렉터인 에릭 베크맨은 “불필요한 섹스와 폭력을 다룬 작품은 받아들이지 않지만, 죽음이나 귀신 이야기 등 다양한 소재도 보여 주고 있다”며 “영화 선별 기준은 좋은 작품을 찾는 것이지 좋은 어린이영화를 찾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번 영화제에는 보호자를 동반해야 하는 영화 등급을 받은 <밀리언즈>(PG)와 <스팀보이>(PG13) 외에도 ‘무서운 영화’ 시리즈와 체코의 공포인형극인 <파이퍼 오브 해멜린>도 소개돼 호응을 얻었다.

심사위원으로는 지난해에 이어 영화감독 구스 반 산트, 영화배우 수잔 서랜던과 매튜 모딘, 영화감독 롭 민코프 등을 비롯해 방송사 프로듀서와 미디어 관계자, 작가 등 9명이 특별 심사위원상 수상작을 선발했다. 올해 최고 작품상은 아일랜드 출신 브렌댄 멀다우니 감독의 <열 발자국>(The Ten Steps)이 차지했고, 특별 심사위원상은 스웨덴의 요한 브리싱어 감독의 <패싱 하트>(Passing Hearts)가 받았다. 이밖에도 어린이 관객이 선정한 관객상으로는 영국 작품 <핑구와 밴드>, 스웨덴의 <걸 파워>, 캐나다의 <스토미 나이트>, 노르웨이의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 줘>(Tell Me Not to Worry), 영국의 <작은 것들>(Little Things) 등이 각각 연령별 프로그램에서 선발됐고, 학부모들이 뽑은 ‘학부모 선정상’은 역시 심사위원상을 받은 <패싱 하트>가 받았다.

지난해에는 허영만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장편만화 <망치>와 김상남 감독의 단편 <일곱살>, 호주 대표로 출품한 수잔 김 감독의 단편 <모국어> 등 3편이 출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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