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개막작 디지털 삼인삼색 - <혼몽> <세계의 욕망> <마법사(들)>
2005-04-28
글 : 김도훈
사랑과 기억에 관한 짧은 외침
마법사(들)

2005년 전주영화제의 가장 큰 특색중 하나는 1회부터 영화제의 간판이 되어온 ’디지털 삼인삼색’이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이다. ’디지털 삼인삼색’은 그간 지아장커, 차이밍량, 스와 노부히로, 이시이 소고, 바흐만 고바디, 봉준호 등 아시아 영화의 최전방에서 서있는 작가들에게 새로운 미학적 실험의 장을 제공해왔다. 올해는 일본의 쓰카모토 신야, 태국의 아핏차퐁 위라세타쿨과 한국의 송일곤 감독이 세 편의 독특한 디지털 실험을 선보인다.

혼몽

<철남>의 파격적인 영상으로 잘 알려진 쓰카모토 신야는 점점 죄어드는 콘크리트 방에 갇힌 남자의 악몽을 그린 <혼몽>을 통해 "인간의 불확실성"을 탐구한다. 지금껏 필름으로만 작업을 해온 쓰카모토 신야에게 <혼몽>은 첫번째 디지털 도전이며, 그의 단언처럼 "육체적 감각에 관한 영화"로 만들어졌다. <혼몽>은 영화제가 지원하는 5천만원의 제작비에 자신의 자본을 추가하여 장편으로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세계의 욕망

<열대병>으로 주목받은 아핏차퐁 위라세타쿨은 카메라를 들고 또다시 타이의 정글로 숨어들었다. 동료감독인 핌파카 토위라와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 <세계의 욕망>은 정글에서 사랑에 빠진 남녀에 대한 35mm영화를 찍는 그룹과, 이를 기록하는 아피차퐁의 비디오 그룹, 거기에 아피차퐁의 작업을 기록하는 또다른 비디오 그룹이 동시에 작업한 이미지들로 구성되었다. "인화과정 때문에 기억이란 부분과 더 가까운 매체인 필름과, 좀 더 즉각적인 특성을 지닌 디지털의 질감의 차이가 관객에게 흥미를 느끼게 만들 것"이라는 감독의 철학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올해 ’디지털 삼인삼색’의 작품들 중에서도 형식적으로 가장 과격한 시도는 송일곤의 <마법사(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거미숲>의 송일곤은 12월 31일 밤 강원도의 한 까페에 모여 자살한 친구를 위한 추모 모임을 가지는 밴드부원들을 1씬 1컷으로 찍어 40분의 디지털 입자속에 담아냈다. 송일곤 감독이 1씬 1컷의 제약속에서 시공간을 넘나드는 방식은 간결하다. 휴고 디아즈의 탱고 하모니카 연주곡이 흘러나오는 순간 현재는 과거가 되고, 양면으로 만들어진 의상은 뒤집어 입는 순간 현재에서 과거로 주인공을 데려간다. 송일곤 감독은 "시간을 조각한다"는 생각으로 자유로운 디지털 이미지를 실험해냈다.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