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다섯은 너무 많아>의 안슬기 감독
2005-05-02
글 : 박은영
사진 : 이혜정
“결혼식 하는 기분,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안슬기 감독

“결혼식 하는 기분이에요. 시작하기 전에 사람들 맞이하고 악수하고, 끝나고 나서 사진 촬영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디지털 독립 장편 <다섯은 너무 많아>를 선보이던 날, 안슬기 감독은 숨돌릴 틈도 없었다. 현직 고등학교 수학 교사인 그는 중간 고사 때문에 영화제 기간에 서울과 전주를 오르내려야 하지만, 마음이 분주한 건 그보다 겨울 방학에 촬영한 <다섯은 너무 많아>를 빠듯하게 마무리한 데다가, 이제 극장 개봉의 가능성을 타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출한 고등학생 동규가 우연한 사고로 도시락집 점원 시내의 집에 얹혀 살게 되고, 여기에 불법 체류 조선족 처녀와 파산한 그의 고용주까지 합류해, 하나의 대안가족을 이루는 과정을 유쾌하게 따라잡은 <다섯은 너무 많아>는 첫 상영에서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로부터 공감의 웃음과 박수를 이끌어냈다.

영진위에서 디지털 독립 장편 제작 지원을 받고, 모자란 제작비는 “교사라는 직업 덕에”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충당해 만든 작품. 역시 교사였던 아버지가 교외 지도를 나가던 극장을 따라다니다 영화에 매혹됐다는 안슬기 감독은 대를 이어 학교를 일터로 삼았지만 틈틈이 영화 제작 수업을 듣는 등 창작에 대한 열의를 불태우다 1999년부터 중단편 작업(<사랑 아니다><Kiss me please>)을 시작했고, <다섯은 너무 많아>로 장편 데뷔했다. “외로운 사람들이 서로 바라보고 기대는 연대 드라마”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학교에선 ‘안 감독’, 밖에선 ‘안 선생님’이라고 불리우는 혼란 속에 살고 있다.

-대안 가족 이야기면서, 마이너티리의 이야기다.

=그렇다. 주인공들과 갈등을 빚는 사람들도 메이저는 아니다. 마이너끼리 서로 상처를 주고 받는 거다. 그 중에서도 이재에 밝은 동규의 친구 철민은 좋게 보면 생활력이 있는 거고, 나쁘게 보면 세상을 너무 일찍 안 자본주의적인 인물이다. 딸을 착취하는 시내의 엄마도 그렇다. 그래서 안티를 걸고 응징을 하고 싶었다.

-가족을 벗어나 또 다른 가족을 꾸린 이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동규의 성장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새로운 가족 속에서 그의 위치는 바뀌지 않았다. 그러니까 혁명적 대안 가족은 아닌 셈이다. 이들 가족의 구심점인 시내에겐, 고지식하게 말하자면, 자유를 주고 싶었다. 모두 각자의 길을 가게 하고 싶었다. 관계에 대한 믿음은 간직한 채로.

-엄마가 기괴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꿈이나 적들에게 복수하는 에피소드 등 판타지의 느낌이 강한 대목들이 있다.

=동규의 꿈 장면은 스탭들도 반대했지만, 구상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이미지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무조건적인 희생과 사랑이 의아하게 느껴지지 않나. 이해되지 않는,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생경함을 공포스럽게 표현해 봤다. 복수는 전체적인 맥락에서 다소 튀는 사건이기 때문에 유치하게 보일지라도 재밌고 즐거운 판타지처럼 묘사하고 싶었다.

-디지털을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제작 시스템상으로도 그렇고, 연기 연출이나 셋팅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니, 디지털이 적합하다는 결론이 났다. 워낙 소박한 영화니까. 물론 돈 문제도 있었다. 어차피 사람이 움직이는 일이기 때문에, 영화를 만드는 건 매체가 무엇이든 다 똑같이 힘든 작업 같다.

-<마이 제너레이션>에 사채업자 역할로 출연하기도 했는데, 그 장면을 이번 영화에 (음향으로) 삽입했다.

=나도 출연 좀 해보자 싶어서 끼워 넣었다. (웃음) 극장 장면이 필요한데, 마땅히 넣을 영화가 없어서, 친분이 있는 노동석 감독에게 양해를 구해서 넣게 됐다.

-첫 장편이었다. 이 작업을 통해 배우고 깨달은 점이 있다면.

=방학 동안 마칠 요량으로 지난 1월에 20일 동안 촬영했다. 추워서 고생하고 잠 못 자서 고생하는 스탭들과 배우들을 보면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 내가 무슨 영화를 보려고 이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태도가 더 진지해져야 했다고 하나. 더 깊어지고 넓어져야 할 필요를 느껴서, 당분간 날 채우는 시간을 가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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