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관객평론] <다섯은 너무 많아>, 가족 관계의 판타지
2005-05-02

안슬기/한국 | 2005년 | 80분

당신의 가족은 안녕하신가요? 안슬기 감독의 <다섯은 너무 많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가정은 안녕하지 못하다. 인류의 끊임없는 화두이기도 한 ‘가족’은 그 시대마다 다른 형태와 의미로 영화 속에 등장하지만, 가장 어려운 소재로 악명이 높다. 현재 교사생활을 하고 있는 안슬기 감독은 아이들을 상담하는 과정을 통해서 가정, 가족을 영화로 가져오게 되었다고 말한다.

임상수의 <바람난 가족>이 해체된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했다면, <다섯은 너무 많아>는 또 다른 가족 형성에 대해서 말한다. 가족이라는 구성은 혈연으로 엮이는 특성상 자의적이지 못하다. 그 반면에 영화 속에서 새롭게 구성되는 가정은 선택적이다. 가족은 어떤 강요된 책임감을 동반한다. 부모이기 때문에 또는 자식이기 때문에 사랑하기를 강요하거나 그 의무를 부여받는다. 왜 잘해주어야 하고 사랑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면 이유는 단 한가지, 피로 만들어진 관계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영화는 그것을 배제한다. 전후 정황 또한 없다. 그저 서로 다른 환경과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그것을 보듬고, 이해함으로써 사랑은 자연스러운 것이 된다. 그렇게 뭉쳐진 가족은 끈끈한 연대감을 갖는다. 사실 현실에서 영화의 가족처럼 아무 관계없는 사람들이 모여 살기란 쉽지 않다. 어쩌면 그것은 꿈, 일상의 판타지이다.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가족의 형태는 또 언제든지 다시 해체될 수 있다. 관객은 감독이 보여주는 가족 관계의 판타지를 경험하고 난 뒤에는 자신의 가족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강요됨이 없는 단란함. ‘단란한 가족’은 모두가 꿈꾸고 있는 가족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감독의 의도처럼 우리는 가족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극장 밖을 나서게 된다. 그러한 면에서 이 영화는 시대적으로도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영화가 다루는 소재, 즉 가족의 또 다른 형태를 조명하고 있음은 분명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울퉁불퉁함이 영화로의 완전한 이입을 방해하고 있음을 부인하지는 못하겠다.

관객평론가 김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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