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크레더블> 브래드 버드 감독 인터뷰
2005-05-03
글 : DVDTopic
디테일만큼 중요한 것은 진짜 같은 그 '느낌'

외계에서 온 고철 로봇과 지구 소년의 감동적인 우정을 그린 브래드 버드의 <아이언 자이언트>는 미국 애니메이션 역사에 있어 가장 잘 만든 작품의 하나로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 비록 상업적으로 좋은 결실을 맺진 못했지만, 평단과 관객 모두를 흡족케 한 작품의 완성도가 픽사 최고의 오락성을 갖춘 <인크레더블>을 가능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그와 픽사의 만남은 필연적이다. 매번 신화를 만들어가는 픽사는 신화를 계속 이어갈 사람이 필요했고, 브래드 버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적임자였다. 기회는 왔고 그는 자신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았다. 작품성과 상업성 두 마리 토끼를 완벽하게 잡은 것이다.

이것이 <인크레더블>이 만든 신화의 전부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역대 그 어떤 DVD 타이틀보다 우수한 퀄리티로 발매된 <인크레더블> DVD를 거쳐야만 작품의 진정한 진가를 알 수 있다. 지난 2주전 DVD 섹션을 통해서 타이틀은 이미 소개가 되었고, 이번 호에서는 브래드 버드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서 <인크레더블>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디즈니 영화를 좋아하고 즐겨봤다. 모든 디즈니 영화를 한 번 이상씩 봤을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지금은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한 번 이상 보는 것이 어렵지 않겠지만, 그 당시에는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봐야 했기 때문에, 한 작품을 한 번 이상씩 모두 본다는 게 그다지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그래서 주변의 친구들은 가끔 날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한 것 같다. 아마 내가 열한 살 때였던 것 같다. 디즈니의 <정글북>을 보면서 팬더의 움직임이 좀 부자연스럽다고 느꼈던 거 같다. 내가 하면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나중에 자라면 그런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사실 애니메이션에 대한 나의 관심과 소질은 이미 어린 나이에 발견되었던 거 같다. 나 자신은 자세하게 기억을 못하지만 3살 정도에 그림을 그릴 때, 한 장면의 그림이 아닌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는 여러 장면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하니, 그때부터 나의 관심이 시작이 되었던 것 같다.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무엇보다 좋아하는 것은 캐리커쳐이다. 밤비의 숲 속 장면을 예로 들면, 그 장면을 보는 사람 모두가 아름답다고 생각을 한다. 마치 진짜 숲 속을 보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장면들을 아주 꼼꼼히 살펴보면 그렇게 세부적이지는 않다. 그렇지만 <밤비>는 숲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잘 살려주고 있다. 숲 속 나뭇가지나 나무의 뿌리 이런 세세한 것들을 디테일하게 전달하기 보다는, 숲이 주는 그 느낌을 잘 살려 표현했기 때문이다. 픽사 역시 <니모를 찾아서>를 작업할 때, 바다 속 장면을 관객들이 보고 진짜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애니메이터들에게 스쿠버 다이빙을 하도록 했었다. 이것이 어떤 의미를 지녔다고 생각하나. 직접 바다 속을 들어가 바다 속에 대한 느낌을 찾아야지만, 그걸 표현해 낼 수 있는 것이다.

본인 소유의 스튜디오를 만들어 작업을 해도 될 것 같은데, 굳이 픽사와 함께 작업한 이유라면?

그런 부분에 대해 생각을 안 해봤던 것은 아니다. 이전에 <아이언 자이언트>를 제작하면서, 내가 가진 에너지의 1/3 가량을 작품의 정당성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설득하는데 쏟아 부었던 기억이 있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들면서 남들과 싸우는데 나의 에너지를 쓰는 것은 한 마디로 낭비다. 그런 소모적인 것에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작품을 만드는 것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싶었다. 존 래스터는 나의 친구이며, 스티븐 잡스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들과 그리고 픽사와 함께 나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지 않았다면, <인크레더블>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쏟아 부었기에, <인크레더블>이 완성될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내가 픽사와 함께 작업하게 된 이유다.

인크레더블에 대해 구상은 언제부터인가?

슈퍼히어로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처음 생각했던 것은 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아마 12년 정도 되었던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이 당시에는 곧바로 실현되지는 못했다. 이후 TV나 영화, 그리고 나와 알고 지내는 많은 사람들을 접하면서 캐릭터를 창조하는데 적지 않는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서 실제 작품을 만들때 반영이 되곤 한다. <인크레더블>에서 만들어진 모든 캐릭터들은 (밥과 헬렌을 포함한) 내 자신과 아내, 그리고 친척, 아이들, 친구 등 내 주변의 모든 캐릭터들이 녹아들어 만들어진 것이다.

당신에게 슈퍼히어로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슈퍼히어로에 대한 특별한 애착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내가 알고 있는 슈퍼히어로에 대한 지식은 모두 TV 와 영화에서 나온 것이다. 슈퍼히어로 만화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에 비하면 제한된 지식일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종류의 영화를 보았고, 모험으로 가득한 애니메이션들을 즐겨서 봤다. 그렇기 때문에 슈퍼히어로에 대한 내용을 그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픽사가 만들어낸 작품들은 인간이 주인공이었던 적은 없다. <인크레더블>은 예외가 되는데 제작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사실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꼬마 여자 주인공 ‘부’가 등장한다. 그래서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사실상 인간이 주인공이 되어서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는 건 <인크레더블>이 처음이라고 말 할 수도 있을 거 같다. 처음에는 픽사에서 좀 반대를 했었지만, 열심히 싸우고 설득하고 의논하면서 결국 함께 만들어 낼 수 있었다.

DVD에 수록된 <잭잭의 공격>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이 영상은 영화에서 빠졌던 얘기를 보충하고 있는데, 이것은 DVD 만을 위해서 따로 만든 것인가? 아니면 원래 영화에 집어넣기 위해 구상을 했던 것인가?

<잭잭의 공격>은 DVD 만을 위해 따로 만든 것은 아니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커리가 남긴 메시지를 통해 수화기 너머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답이 된다. 사실 영화에서 소개하려고 했지만, DVD 에서의 단편으로 소개하는 것이 더욱 궁금증을 자아낼 것이라고 생각해 따로 소개하게 됐다.

당신은 좋아하지만 편집 과정에서 삭제를 한 장면이 있는가? 그리고 그것들은 DVD 타이틀의 부록에서 볼 수 있는가?

애니메이션에서도 삭제된 캐릭터나 장면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 중 기억나는 몇 장면은 헬렌과 아이들이 바다에 빠져, 바이퍼를 피해 바다에 떠 있는 장면이나, 헬렌의 친구로 헬렌이 밥을 찾아서 섬에 갈 때 도와주는 스넉의 캐릭터 등이 기억난다. 영화에서 삭제된 장면들은 DVD 에서 함께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외, DVD 에는 도로위의 밥, 밥과 헬렌의 갈등 그리고 헬렌의 악몽과 같은 삭제된 장면들을 자세한 해설과 함께 볼 수 있다.

<인크레더블> 이스터에그가 매우 재미있다고 하는데, 아직 전부를 찾지를 못했다. 살짝 귀띔해 달라.

<인크레더블> DVD에는 총 12개의 이스터에그가 곳곳에 숨겨져 있다. DVD 타이틀의 여러 메뉴 화면들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스터에그 성격상 미리 알려주면 재미가 없으니까 그건 가르쳐 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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