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5월8일(일) 밤 11시45분
어버이날을 맞아 인상적인 가족영화 한편을 소개한다. 이두용 감독의 1985년작 <장남>은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된 현대 한국사회에서 대가족이 핵가족으로 변하면서 겪는 세대간의 갈등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수작이다. 이 영화는 가족이란 무엇이며, 우리 사회의 오랜 전통인 가부장제가 급속한 산업화 과정을 겪는 와중에 변화되는 가족 구성원간의 갈등과 질곡, 전통적인 효 사상의 변화 등 가족 내 충격과 고통 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70년대 주로 액션영화를 연출했던 이두용 감독은 80년대로 들어서면서 <초분> <피막>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 등 전통적 가치의 근대화 과정에서의 충돌을 보여주는 작품을 연출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런 그의 80년대 필모그래피에서 <장남>은 다소 특이한 소재의 영화이다. 국적불명의 액션영화나 에로물들이 난무하던 80년대 중반 한국영화에선 특히 눈에 띄는 작품이다.
일상의 세세한 부분까지 리얼하게 묘사해낸 영화 <장남>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완전한 가족을 이루려는 가부장제의 꿈이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감독의 생각인지도 모른다.
시대의 질곡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불효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장남은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직접 관을 지고 아파트를 내려오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영화의 마지막, 쇠줄과 천에 매달려 고층아파트에서 내려오는 어머니의 관. 이리저리 부딪히고 흔들리며 아슬아슬하게 고층아파트를 내려오는 관을 보여주는 장면은 불안하게 흔들리는 전통적 가족제도의 위상을 섬뜩하게 드러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