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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1984)
115분 드라마
전통사회에서 장남은 한 집안의 대들보였다. 한국사회가 농경사회에서 막 산업사회로 진입하던 60년대, 서울에 유학간 아들의 학비를 대기 위해 전답을 팔아 뒷바라지하는 모습을 농촌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서울에 유학간 장남들이 그곳에 정착해 아이를 낳고 다음 세대의 가정을 꾸리는 동안 세월은 많이 변했다. 봉건적인 흔적이 묻어 있는 가부장 농경사회는 핵가족을 기반으로 한 산업사회로 이미 옮겨와 있었다.
이두용 감독의 (장남)은 그런 한국사회의 물질적 변화를 한 가족의 일상에서 추적하고 있는 문제작이다. 수몰될 고향을 등지고 서울의 장성한 아들 딸에게 몸을 의탁하러 온 부모는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는 이유로,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무신경한 자식들의 냉대를 받는다.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 이야기), 또는 텔레비전의 드라마게임에서흔히 볼 수 있는 소재 같지만 당시 전성기를 누리던 이두용 감독의 힘찬 편집은 등장인물들의 삶의 궤적에서 관객의 눈물을 끌어내는 데 성공한다. 후반부, 고층 아파트의 벽에 부딪히며 둔중하게 내려오는 아버지의 관을 쳐다보며 오열하는 장남의 모습은 한국영화에서 드물게 보는 처절한 멜로드라마의 감동을 자아낸다.
*1984년도 우수영화 선정(한국공연윤리위원회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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