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안슬기/ 한국/ 2005년/ 80분
사회의 그늘에서 외롭게 살아가던 네 남녀가 서로를 바라보고 보듬으며 일종의 대안가족을 이루는 이야기, <다섯은 너무 많아>는 사회에서 소외받는 이들의 애환이라는 자칫 무겁고 어두워질 수 있는 소재를 밝고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가출한 고등학생 동규는 당장 살아갈 일이 막막하다. 돈벌이로 일회용품 사용업소 신고를 생각한 그는 자주 들르던 도시락집에서 증거를 확보한다. 당황한 도시락집 점원 시내가 던진 돌에 맞아 쓰러진 동규는,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며, 시내에게 자길 책임지라고 윽박지르고, 시내의 자취방에 눌러 살기 시작한다. 일하던 식당에서 몇 달째 월급을 못받고 거리로 나 앉은 연변 처녀 영희의 딱한 사정을 들은 시내는 잠시 그를 보살피기로 하는데, 곧이어 파산한 영희의 고용주까지 시내의 자취방으로 흘러들어오게 된다.
가출 청소년, 불법 체류자, 파산한 자영업자, 그리고 처녀 가장의 기이한 동거. <다섯은 너무 많아>는 사회의 그늘에서 외롭게 살아가던 네 남녀가 우여곡절 끝에 서로를 바라보고 보듬으며, 일종의 대안가족을 이루는 이야기다. 동규는 엄마의 무조건적인 희생이 답답하고, 시내는 가족 부양을 강요당하는 현실이 고달프다. 피를 나눴다는 이유로 서로를 책임져야 하는 가족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잠시나마 그 속박에서 벗어난 이들은 ‘나의 삶’에 대해, 그 가치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하게 된다. 운명지워지거나 강요된 것이 아닌, 능동적이고 건설적인 ‘관계’에 대한 믿음도 품기 시작한다.
<다섯은 너무 많아>는 사회에서 소외받는 이들의 애환이라는, 자칫 무겁고 어두워질 수 있는 소재를 밝고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특히 엄마가 기괴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동규의 꿈 장면이나 적들에게 복수하는 에피소드 등에는 판타지 색채가 강하게 드리워져 있다. 그러고 보면, 이 각박한 현실에서는 혈연이나 이해로 엮이지 않은 유사 가족의 이야기, 그 자체가 판타지인 셈이다. 현직 고등학교 수학 교사인 안슬기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영진위 디지털 독립장편 지원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