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루카스 인터뷰
"평론가들 비웃음, 이제 익숙해졌다"
-인터뷰를 잘 안 하는 걸로 알려졌는데
=나를 ‘은둔자’라고 말하는 건 언론의 오해다. 영화를 만들지 않을 때 난 1년에 보통 15번 정도 인터뷰를 한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7번 인터뷰를 했다. 이만하면 외부접촉이 잦은 편이다.
-<…보이지 않는 위험>은 어린이 관객을 겨냥한 영화로 보인다.
=<…보이지 않는 위험>이 다른 <스타워즈> 시리즈보다 더 어린이용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 때문에 악평이 쏟아지는 거겠지만. 평론가들이 이 영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이거 디즈니영화구먼”하고 만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위험>이라는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고 느낄 사람도 있을 거다.
-영화가 과대포장돼서 역효과를 발휘할 거라는 생각은 안 드나. 자신의 영화가 평론가로부터 정당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나.
=난 내 영화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을 거란 걸 안다. 평론가들이 높이 평가해주길 기대하지도 않고 그들을 염두에 두지도 않는다. 그들은 <스타워즈> 첫 삼부작을 만들 때 날 비웃었고 지금은 나도 그런 데 익숙해져 있다.
-<…보이지 않는 위험>의 위험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무것도 없다. 내가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스타워즈> 첫 삼부작을 만들고나서는 좌절했던 경험이 있다. 내가 그린 이미지를 화면에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외계인들의 모습이 그냥 고무가면처럼 보였다. 그것은 기술적 한계였다. <쥬라기 공원>이 분기점이 됐다. 컴퓨터로 만든 피조물이 자연스런 연기를 하는 것을 보고 때가 왔다는 걸 알았다.
-<…보이지 않는 위험>은 가장 빨리 흥행수입 1억달러를 기록한 영화가 될 것이고 역대 최고흥행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보이지 않는 위험>이 <타이타닉>의 흥행기록을 깰 것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듣는데 화가 난다. 난 이 영화가 <타이타닉>의 기록을 깨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위험>은 그런 종류의 영화가 아니다. <ET>의 기록을 깰 것이라고 생각지도 않는다. 그저 열손가락 안에 드는 흥행 정도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건 콘테스트가 아니다. 난 신기록 작성이나 아카데미 수상을 위해 영화를 만든 게 아니다. 괜찮은 성공을 바랄 뿐 등수는 아무 상관없다.
-그동안 아이가 셋 생겼는데 그 때문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 덜 폭력적인 영화가 된 것이 아닌지? 나이가 든 탓일지도 모르고.
=예전보다 그리 많이 바뀐 것 같지는 않다. 다른 <스타워즈> 영화보다 덜 폭력적인 것 같지도 않고…. 우리는 폭력적인 세상에 살고 있다. 이걸 부정하는 건 위험하다. 즐기기 위해 남을 다치게 만드는 건 참기 힘들며 참아서도 안 되는 일이다. 즐기자고 남을 업신여기는 짓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여기엔 뉴스를 포함한 미디어의 책임이 픽션을 만드는 나 같은 사람보다 책임이 크다. 남의 비극을 장사하는 데 이용하는 건 근절돼야 한다.
-당신 아이들은 이 영화에 어떤 식으로 기여했나? 아들이 외계종족의 이름을 지었다고 들었는데 맞나.
=2살 때 아들녀석이 트럭을 보면 “겅가, 겅가”하고 말하곤 했다. 그게 수중에 사는 겅간족의 이름이 됐다. 그리고 8살난 딸이 이름짓기를 좋아해서 앉혀놓고 이름을 지어보라고 했다. 재미있는 일이긴 했지만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하고 돌아와 애들과 그렇게 즐기는 게 쉽진 않았다. 내가 어떻게 이 영화를 만들면서 아이들을 키울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보이지 않는 위험>이 소수민족이나 외국인을 적대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예를 들면 무역연합의 악당들은 중국을 염두에 둔 설정 같다는.
=그건 영화에 드러난 것보다 과장하려는 미국언론이 만든 문제다. 그것이 미국에서 신문을 팔아먹는 방법이기도 하고. 그들은 내가 아무 의미도 두지 않은 장면에서 논란을 만들어내곤 한다.
-첫 <스타워즈>를 연출한 뒤 감독을 그만둔 게 20여년 됐다. 감독일을 다시 하는 게 힘들지 않았나.
=<에피소드> 2, 3편을 계속 감독해서 두번째 삼부작을 완성할 계획이고 그걸로 끝이다. 애초에 기획했던 7, 8, 9편까지 계속 만들 생각은 없다. 이 이야기는 6부에서 끝나는 게 효과적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난 연출을 그만둔 적이 없다. <스타워즈>를 연출한 뒤 사업에 전념하는 게 필요했을 뿐이다. 모든 장면을 감독하기보다 전체 공정을 관찰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이 감독했지만 내 손길이 안 간 것은 아니다. 이번 영화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부분이 많아서 내가 직접 감독하는 게 편했다. 감독에게 일일이 설명하거나 다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배우 선정을 어떻게 했나.
=난 늘 최선의 가능성을 찾곤 한다. 리암 니슨은 크고 강하며 관조적인 느낌을 준다. 적역이라고 판단했다. 이원 맥그리거는 위트있고 참을성이 없다. 배역과 잘 맞는다. 내털리 포트만은 지적이고 신비한 인물이라야 했다. 그녀는 강하고 동시에 상처받기 쉬운 인물이다. 제이크 로이드는 아나킨으로 염두에 뒀던 톰 소여 같은 아이다.
-<…보이지 않는 위험>은 선함과 개인주의를 다룬 영화지만 극장에 대한 당신의 요구조건을 보면 돈욕심이 지나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두 측면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사업상 거래는 사업상의 일일 뿐이다. 그걸 탐욕이라고 할 순 없다. 내 요구조건은 영화가 좋은 조건에서 상영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4년간 만든 내 영화 상영 전에 15분 분량의 CF가 끼여들기를 원치 않는다. 그리고 개봉 2주 뒤에 작은 극장으로 옮겨가길 바라지 않을 뿐이다. 시설 좋은 극장에서 본 관객의 반응은 시설 나쁜 극장에서 본 관객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극장주는 내 영화를 몇주 상영하고 바로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를 걸고 싶을 거다. 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난 평생을 바쳐 극장에 좋은 사운드 시스템을 갖추도록 노력했다. 좋은 상영시설은 더 많은 관객을 불러모은다. 극장들도 우리와 좋은 조건에 계약했다. 수입의 50%가 극장 몫이다. 10억달러를 벌면 5억달러는 극장이 가져간다.
-머천다이징 상품들이 영화의 이미지를 구성하는 한 부분이 된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난 솔직히 사업상 가능한 모든 측면을 이용해 영화를 만든다. 이건 사업이다. 스튜디오와 비교하면 내가 가진 것은 아주 작은 영화사일 뿐이고 내 돈을 투자한다. 장난감 제조권을 파는 건 우리가 안 하면 결국 남이 할 것이기 때문에 하는 거다. 난 장난감을 좋아하고 장난감을 개발하는 것도 즐긴다. <스타워즈> 라이센스를 딴 제품들이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북돋우리라 생각한다. 악의적 요소는 하나도 없다.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처녀잉태로 태어났다는 암시는 기독교와 연관된 걸로 보인다. 무엇을 말하고자 한 것인가.
=처녀잉태는 수많은 종교에 등장한다. ‘선택받은 자’라는 건 종교의 한 부분이다. 특정종교를 염두에 둔 건 아니다. 헤라클레스, 그리고 고대 그리스 영웅들처럼 신적 존재라는 걸 보여준 것이다.
-<스타워즈>에 이끌리게 된 맨처음 계기는 어떤 것인가.
=처음엔 9부작으로 된 대충의 이야기를 구상했다. <THX 1138>(1971) 연출을 막 마친 때였다. 사람들은 내게 예술적이고 사회적인 자의식이 덜 들어간 영화를 만드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신화학이 흥미롭게 느껴졌고 옛날이야기 같은 모험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70년대로 돌아가서 <스타워즈>를 처음 만들 때 스튜디오를 설득하기 어렵지 않았나.
=힘들었다. 운이 따랐던지 <스타워즈> 기획을 진행하고 있을 때 <청춘낙서>가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자 스튜디오에선 “우린 이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당신 하자는 대로 하겠소”라고 말했다. 그때만 해도 스튜디오는 SF영화에 별 관심이 없었다.
-모든 위대한 신화나 고대 설화들은 매세대마다 다시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스타워즈>가 그렇다. 당신은 옛날 이야기에서 취한 요소들을 현대적인 영화로 만들었는데…. 의도적인 것인가? 아니면 단지 훌륭한 액션영화를 만들다가 그렇게 된 건가.
=<스타워즈>를 그렇게 만든 것은 의도적이다. 신화적 모티브와 신화를 오늘날 문제들과 연관지어 다시 쓰려 했다. 연구를 하면 할수록 똑같은 이야기가 3천년 전부터 존재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정서적으로 우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당신은 교묘한 편집술이나 특수효과에 기대지 않는 단선적인 이야기꾼이 되는 걸 생각해본 적 있나? 예를 들자면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같은 감독처럼. 컴퓨터로 만든 배우말고 진짜 연기자들을 연출하는 거 말이다.
=나도 <청춘낙서>를 연출할 때 연기연출을 제대로 해봤고 <THX 1138>에서 로버트 듀발과 즐겁게 일했다. 위험을 감수할 용기가 필요하다는 내 영화의 주제가 기계적인 건 아니다. 그건 정말 인간적인 주제가 아닌가. <청춘낙서>에서도 아이들은 고향을 떠날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주제를 다뤘다. 그리고 루크와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집을 떠나 제다이 기사가 된다. 난 지금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루크와 아나킨의 운명은 달라지겠지만.
-ILM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스타워즈>를 만들었을 때만 해도 특수효과 회사가 하나도 없었다. 첫 삼부작을 끝내자 특수효과를 사용한 영화들이 많이 등장했고 우리 경험을 토대로 다른 영화의 특수효과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게 ILM의 역사다.
-지금 자신의 경력에 만족하는가? 다른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난 행복하다. 많은 장애물을 헤쳐왔고 훌륭한 세 아이가 있다. <스타워즈>를 끝내는 데 5년쯤 걸릴 거 같다. 그다음엔 스필버그가 감독해줬으면 하는 새로운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있다. 한 100개쯤 아이디어를 갖고 작업중인데 아마도 내 생애 동안 20편 정도를 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