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DVD]
[서플먼트] 남극 배경 영화찍기는 정말 힘들어, <괴물>
2005-05-20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촬영현장 모습. 이런 곳에 오래 있으면 누구라도 미쳐버리지 않을까.

<괴물>의 DVD는 초창기 타이틀로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서플먼트 구성이 충실하다. 1시간20분짜리 메이킹 다큐멘터리 <Terror Takes Shapes>는 약간의 자료화면을 빼면 관련자들의 인터뷰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엄청나게 진지하고 정보량도 많다. 극중에서 끔찍한 비주얼을 선보이는 ‘괴물’은 로브 보틴의 작품. 그의 과격한 상상력과 폭주에 가까운 작업 스타일은 인터뷰의 괴짜 장난꾸러기 같은 언동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모형의 재질로 인해 가연성 가스가 가득 찬 세트에서 불을 붙이다 온 스탭이 숯검댕이 된 해프닝은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당시의 현장 분위기를 짐작게 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남극 분위기(정확히는 입김)를 내기 위해 꽁꽁 얼린 세트에서 한창 촬영을 하던 스탭들은 모두 감기 환자가 되었으며, 점심 먹으러 나갈 때 머리의 총상 분장을 그대로 한 배우는 식당 안 모든 사람들을 기겁하게 만들기도 했다나. 단잠과 한잔의 커피가 아쉬운 설원 현장에서의 촬영은 누구에게나 고역이었으나, 나중에는 그러한 격리된 분위기가 서로를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극중 대원들의 연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한 배우의 회고도 흥미롭다. 다큐멘터리에 소개된 자료 화면은 별도 메뉴를 통해 풀버전을 확인할 수 있으며, 빽빽한 텍스트 자료와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된 미니어처나 소도구에 대한 사진은 거의 광적일 정도의 충실함을 보여준다. 다만, 국내판 타이틀은 한글자막이 없다. 이렇게 잘 짜인 데이터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출시사는 보정판을 조속히 발매하기 바란다.

존 카펜터 감독은 원작과 1956년 영화판의 열렬한 팬이었다.
남극에 추락한 외계 우주선. 매트 페인팅의 최고 수준을 보여준다.

영화 속 괴물의 디자인 시안.
스톱모션을 사용한 괴물의 최종 형태. 아쉽게도 본편에선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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