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 촬영장서 만난 장진 감독
2005-05-25
글 : 전정윤 (한겨레 기자)
“버라이리어티 수사극이 뭐냐고요?”
<박수칠 때 떠나라>를 촬영중인 장진 감독은 “대중들에게 재밌는 영화를 보여주기 위해 나한테 재미없는 영화를 만들지 않는 것”이 스스로 지키는 명분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내가 만들었던 영화들과 다르지 않은 영화다.” 24일 낮, 장진(34) 감독은 경기도 파주 헤이리 아트서비스 스튜디오에서 <기막힌 사내들>, <간첩 리철진>, <킬러들의 수다>, <아는 여자>와 “근본적으로 같은 영화”를 찍고 있었다. 차승원, 신하균 주연의 ‘버라이어티 수사극’ <박수칠 때 떠나라>다. 하지만 8월 초 개봉을 목표로 촬영이 중반을 넘어선 이 영화는, 장 감독의 말처럼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상업 영화들과는 다른 영화”다.

기본 얼개는 이렇다. 강남 최고급 호텔에서 카피라이터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되고, 공중파 텔레비전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이 수사과정을 48시간 동안 실황 생중계한다. 소재나 줄거리도 그렇지만 ‘버라이어티 수사극’이라는 장르가 장 감독의 앞선 네 작품들 처럼 새롭고 재기발랄하다.

“범인을 잡는 방식에 버라이어티한, 그러니까 다양한 수사방법과 스타일과 구조를 도입했다. 말 그대로 수사의 모든 패턴을 까발려 보여주는 버라이어티한 수사극이다.” 장 감독은 “일단 영화를 봐야 버라이어티 수사극이라는 장르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며 “유쾌하지만 한국형 코미디라 보기 어렵고, 미스터리지만 결코 무겁지 않은 영화”라고 에둘러 영화를 소개했다. 감독은 또 “범인과 수사방식에만 호기심을 쏟아붙는 대중들의 ‘나쁜 취향’이 죽음의 진실을 얼마나 외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 낯선 장르의 취지를 설명했다.

“다양한 수사방법 다 까발려 보여줘”

하지만 장 감독은 “재기발랄하고 버라이어티한 측면이 부각되다 보면 자칫 ‘기본’이 무시되기 쉽다”며 “코미디로든, 수사물로든, 미스테리물로든 기본은 했다”는 자칭 ‘오만한 멘트’를 통해 <박수칠 때 떠나라>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장 감독이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도 떼지 않은 ‘재기발랄하다’는 수식어는 신인감독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그는 이미 영화감독으로 데뷔한지 7년이 지난, 장·단편 영화 8편을 연출한 ‘중견감독’이다.

‘재기발랄한 중견감독’의 설명은 의외로 간단했다. “기질을 버리지 않았고, 명분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재기발랄하다’는 얘기를 듣는 것 같다.” 장 감독의 기질은 “관습적인 것을 싫어하고, 다른 사람의 기호에 자신을 끼워 맞추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또 장 감독에게 명분이란 “대중들에게 재미있는 영화를 보여주기 위해 나한테 재미없는 영화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감독 스스로 생각하는 특장점 하나. 장 감독은 “내가 ‘만들 수 있는 영화’와 ‘만들 수 없는 영화’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박수칠 때 떠나라>와 비슷한 시기 개봉될 <웰컴 투 동막골>의 영화화를 박광현 감독에게 맡겼다. 자신이 직접 연극 무대에 올리기도 했던 작품이지만, 직접 메가폰을 잡지 않은 것은 “주민등록 나온 뒤 내린 가장 훌륭한 결정”이었단다. 자신에게는 “머리 굴리지 않고 정직하게 스케일을 뽑아내고, 300만~400만명 관객을 불러들여야 할 <웰컴 투 동막골>을 만들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애초에 저예산으로 재밌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했던 <박수칠 때 떠나라>는 “규모를 키우면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영화의 볼륨을 키웠다. 장 감독은 헤이리에 지어진 350평짜리 ‘수사본부’ 세트에만 4억여원 가량을 쏟아부었고, 영화의 총제작비도 50여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사진 어나더썬데이 제공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