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최고의 아동 판타지,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2005-06-02
글 : 김혜리

<반지의 제왕>을 세상에 내놓기 전 J. R. R. 톨킨에게는 꽤나 샘나는 일이 있었으니 바로 옥스퍼드 동료교수이자 절친한 친구이자 C. S. 루이스가 판타지 <나니아 연대기>를 쓴 사건이었다. 독신인 그가 어린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쓴다는 사실에 친구들이 시큰둥해하자 C. S. 루이스는 “최소한 두명은 알아. 나랑 우리 형”이라고 대꾸했다고 전해진다. 앤서니 홉킨스 주연의 <셰도랜즈>(1993)는 바로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 C. S. 루이스의 말년에 찾아온 슬픈 사랑을 그린 영화였다. 아내를 잃은 남자와 엄마를 잃은 소년의 포옹으로 관객을 울렸던 <셰도랜즈>에서 루이스를 위로하던 의붓아들 더그 그레샴은, 현재 영화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의 공동제작자로 뉴질랜드 현장을 오가고 있다. 오직 <해리 포터> 시리즈만이 능가할 수 있었던 판매고(8500만권)를 자랑하는 <나니아 연대기>의 프랜차이즈 영화화에 달려든 스튜디오는, 가족영화 시장의 왕좌 재탈환을 노리고 있는 디즈니. <해리 포터> 시리즈의 워너,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의 파라마운트 등에 빼앗긴 옛 텃밭을 되찾으려는 디즈니는 7편짜리 프랜차이즈를 목표로 <나니아 연대기>의 판권을 소유한 월든 미디어와 손을 잡았다.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은 연대기 중 C. S. 루이스가 제일 먼저 쓴 책. 2차대전 중의 영국. 공습을 피해 디고리 교수의 시골 별장으로 놀러간 페번시가의 4남매는 마법의 옷장을 통해 신비로운 나라 나니아로 들어선다. 한때 말하는 동물들과 켄타우로스, 거인들이 평화롭게 어울려 사는 땅이었던 나니아는 사악한 하얀 마녀 제이디스(틸다 스윈튼)에 의해 긴 겨울에 감금돼 있다. 게다가 이 겨울에는 크리스마스도 없다! 호기심 많은 루시, 뾰로통한 에드먼드, 신중한 수잔, 분별있는 맏이 피터는, 고귀한 사자 아슬란의 인도로 제이디스의 싸늘한 주문을 깨는 위대한 싸움에 가담한다. 폴린 베인즈의 원작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동심에 새겨진 나니아의 풍경과 생명체를 은막으로 옮기는 데 드는 예산은 1억5천만달러. 아카데미 애니메이션상을 탄 <슈렉>으로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 앤드루 애덤슨 감독은 고향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돌아가 실사영화 데뷔전 역시 호화롭게 준비하고 있다. 프랜차이즈로서 <나니아 연대기>의 모델이 <해리 포터> 시리즈라면, 시각적 상상력의 전범은 <반지의 제왕>이다. 피터 잭슨 감독의 특수효과 작업장 웨타는 숲의 정령 파우누스와 실레노스, 비버 부부, 켄타우로스, 나무와 물의 요정 등등 종족의 가짓수에서 <반지의 제왕>을 압도하는 생명체들을 창조하는 데 2년을 보냈다. 할리우드 스타를 배제한 <나니아 연대기>의 캐스팅에서 돋보이는 배우는 악의 화신 제이디스로 분하는 틸다 스윈튼(<올란도> <대영제국의 종말>). 자웅동체적인 아름다움으로 인디영화 팬들을 사로잡아온 스윈튼은 제이디스를 가리켜 “<죠스>의 상어와 같은 캐릭터”라고 표현하고 있다. <나니아 연대기>의 또 다른 이슈는 강력한 기독교적 알레고리. 부활한 구원자 아슬란은 흔히 예수에 비교된다. 이를 의식한 디즈니는 지난해의 슬리퍼 히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모티브 마케팅사와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예고편 보기

사진제공 브에나비스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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