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애 동안 불꽃같은 삶을 살다 간 알렉산더 대왕의 이야기를 세 시간 분량의 영화 속에 담아내기는 분명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애증이 뒤섞인 부모와의 갈등에서부터 당시 누구도 상상치 못한 동서양의 화합을 꿈꾸었던 몽상가로서의 삶, 현대인의 입장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동성애자로서의 면모, 배신과 암살음모 속에 생을 마감하기까지, 알렉산더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조명하기에는 어지간한 책 한 권 분량의 각본으로도 모자라기 때문이다.
<알렉산더>를 필생의 작업으로 여기고 오랜 기간 영화화를 준비했던 올리버 스톤은 위대한 업적 뒤에 가려진 개인의 내면에 집중함으로써 난관을 돌파하려했다. 때문에 두 차례의 굵직한 전투 외에는 알렉산더와 그 주변인물간의 갈등을 묘사하는데 치중했으며, 군데군데 이가 빠진 부분들은 안소니 홉킨스가 분한 프톨레마이오스의 내레이션에 맡기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설정들이 유기적으로 얽히지 못해 결국 알렉산더란 인물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감정이입이 안 되는 관객들은 지루함을 느끼고 평론가들은 빈약한 드라마를 지적하면서 흥행과 비평 모두 고배를 마시게 되었다.
“올리버 스톤의 영화는 편하게 볼 수가 없다. 찬성하든 안 하든 간에 그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인해 결국엔 올리버 스톤의 편에 서게 된다.”
화질에 있어서는 유화를 보는 듯한 부드러운 영상이 신화적인 영화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후반부 인도 전투에서의 초현실적인 색감이 특히 인상적. 그리 많지 않은 전투 장면에서 확실히 울려주는 사운드도 출중한 편이다. 가우멜리아 전투 장면에서 병사들의 우레 같은 함성과 어우러지는 병장기 소리가 혀를 내두르게 만들지만, 후반부에 대지를 진동하는 코끼리 부대의 위협적인 돌진에 비할 바가 아니다. 반젤리스의 장엄한 배경음악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음성해설에는 올리버 스톤 감독 외에 영화의 역사자문을 담당한 로빈 레인 폭스 교수가 참여했다. 30년간 알렉산더를 연구해왔다는 그는 영화가 자신마저 매료시킨 역사 다큐멘터리라고 증언한다. 홍보성 자료에 가까운 메이킹 필름과 인터뷰 모음(그나마도 메이킹과 많이 겹치는 내용이다)은 다소 부실하다. 대신에 촬영 뒷모습을 담은 부가 영상은 꽤 볼만하다. 마치 장군처럼 현장에서 촬영팀과 연기자들을 지휘하는 감독의 모습과 음악 작업에 몰두한 반젤리스의 모습 등 흥미로운 볼거리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