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김정대의 레퍼런스 DVD - 2005년 5월 (2)
2005-06-06
글 : 김정대

쏘우 Saw

※주의: 간접적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은 이 부분은 건너뛰고 다음 항목부터 보십시오.

<쏘우> DVD는 스릴러 / 미스터리 영화에서 사운드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모범적인 타이틀’이라 할 수 있다. 사운드 이야기를 하기 전에 ‘화질’을 먼저 살펴보면, <쏘우>의 그것은 (최신 출시작이라는 기준에서) ‘평균 혹은 그것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분위기 상 어두운 장면이 상당히 많은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인데, 아쉽게도 암부의 표현력은 출중한 편은 아니다. 디테일이 훼손된 부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색 번짐 현상도 눈에 띈다. 하지만 ‘실망스러울 정도’의 수준은 아니니 구매를 고려하고 계신 분들은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두 주인공이 갇혀있는 공간의 ‘역겨운’ 분위기는 바닥과 벽면, 욕조, 그리고 변기 등에 묻은 얼룩과 때로 구현되는데, 이런 부분들은 만족스럽게 처리되었다. 전반적으로 거칠고 굵은 입자의 표현이 두드러지는데, 이것은 촬영감독 데이빗 암스트롱의 촬영 컨셉에 의해 더욱 부각된 것이니 크게 불평할 것은 못된다.

다소 평범한 수준의 화질에 비하면 DTS-ES 6.1채널 사운드트랙(디스크리트 방식)은 확실히 ‘대박’이다. <쏘우>는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역동적인 음향 설계 보다는 관객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극도로 자극하는 ‘심리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 음향 설계 컨셉을 보여준다. 음향 자체의 해상도와 표현력도 좋지만 채널 간 음향의 밸런스와 플롯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깜짝 음향’이 선사하는 임팩트가 특히 압권이다. 비명, 총소리, 톱 소리 등 플롯 상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음향들이 모두 소름끼치도록 생생하게 재생된다. 플롯 전개에 중점을 둔 음향 설계가 어찌나 잘 되어 있는지, 디스플레이를 끈 상태에서 음향만 들어도 영화의 분위기와 진행 상황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후방 서라운드와 우퍼의 활용도도 돋보이며, 스코어의 활용도 인상적이다.

필자가 꼽은 ‘베스트 신’은 역시 살인범의 정체가 밝혀지는 마지막 장면. 음산한 스코어와 함께 감상자의 오감을 자극하는 인공 음향 효과, 대사 소리가 한 데 어우러져 플롯 자체의 반전 못지않은 가공할 수준의 ‘청각적 엑스타시’를 선사할 것이다. (2005년 5월 3일 엔터원 출시)

피와 뼈 Blood & Bonds

판매용에 앞서 출시된 대여용 DVD가 기대에 못 미치는 AV 퀄리티를 선보여 일찌감치 팬들의 구설수에 오른 ‘화제작’(?)이다. 그러나 지난 13일 마침내 선보인 판매용 DVD는 팬들의 우려를 단번에 불식시킬 정도로 빼어난 AV 퀄리티를 보여주었다. 물론 할리우드의 ‘초호화 레퍼런스급 타이틀’에 비교하면 <피와 뼈>는 화질, 음질 모두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입자표현도 정제되지 못했고 지글거림 현상도 눈에 띄며 색상 표현도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못하다(물론 이것은 어느 정도는 ‘의도적으로 탁한 질감을 강조한 촬영 컨셉’의 영향을 받은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근래에 출시된 일본 영화 DVD중 AV 적으로 주목받을 만한 영화가 별로 없었음을 감안한다면, <피와 뼈> 정도의 퀄리티면 충분히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색감은 비록 ‘화려한’ 편은 아니지만, 영화의 분위기를 잘 반영하고 있으며 균질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충분한 통일감을 보여주고 있다. 사물의 디테일이나 정교하게 제작된 세트의 정경, 소도구들의 표현 상태도 대체로 만족스럽다. 특히 영화적 분위기의 8할을 창출하고 있는 주연배우 기타노 다케시 피부의 ‘연령별 표현 수준’도 감탄스럽다.

5.1채널 DTS 사운드트랙도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다. (설마 이 타이틀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급’의 박력 넘치는 서라운드 음향을 기대하신 분은 없을 테지만) 극적 특성을 고려하면 사운드트랙의 입체감과 공명감, 세세한 주변 음향의 표현 수준은 모두 기대 이상이다.

필자가 뽑은 ‘베스트 컷’은 김준평과 아들 다케시가 비속에서 싸우는 장면. 이 장면의 AV적 쾌감(?)은 반드시 ‘플롯의 흐름’과 맞물려야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직접 감상’ 해보길 권한다. (2005년 5월 13일 시네휴 출시)

나를 책임져, 알피 Alfie

<나를 책임져, 알피>는 5월 출시작 중의 ‘숨은 보석’이라 할만 하다. 우선, AV 퀄리티도 대단히 빼어나다. 영상은 산뜻한 느낌이 강조되었으며 특히 색감 표현이 대단히 인상적이다. 감독의 의도에 따라 주인공 알피(주드 로)의 심리상태와 플롯의 분위기 변화에 따라 색감이 체계적으로 변해 가는데, 디지털 색보정 결과가 탁월하여 그 효과가 만점이다. 색감의 변화 과정을 통해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짚어보는 것만으로도 아마 충분한 재미를 느낄 것이다.

약간의 그레인 현상과 윤곽선 노이즈가 존재하며, 장면에 따라 옐로우 톤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등의 단점이 있긴 하지만 감상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이 정도의 트랜스퍼 상태면 ‘드라마-로맨틱 코미디’ 장르로서는 ‘수준급’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DD 5.1 사운드트랙 역시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다. 음향 설계는 프론트와 센터 채널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시도 때도 없이 흐르는 주옥같은 삽입곡들은 ‘만만치 않은’ 입체감과 활력을 선사한다. 근사한 삽입곡들을 무더기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마 ‘본전 생각’은 나지 않을 것이다. 대사의 명료도와 전달력도 뛰어나며 극적 분위기를 돋우는 각종 주변 잡음의 재생 상태도 좋다.

필자가 뽑은 ‘베스트 신’은 알피(주드 로)와 리즈(수잔 새런든)가 귀여운(?) 사랑을 나누는 장면. 경쾌한 스코어와 함께 감칠맛 나게 편집된 영상이 펼쳐지는데 이 장면을 보면서 입가에 웃음이 맺히지 않는 분은 오감 중 어디가 문제가 있는 분이 틀림없다.

그러나 본 DVD의 또 다른 묘미는 바로 ‘서플먼트’에 있다. 양과 질, 구성 등 모든 면에서 본 DVD의 서플먼트는 ‘1장짜리 DVD'로서는 역대 최강 수준'이라 할만 하다. 두 개의 음성해설 트랙은 영화만큼이나 재미있고 재기발랄하며 피처렛들도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나를 책임져, 알피>는 ‘1장짜리 DVD'에 대한 선입견을 단번에 날릴 정도로 완성도 높은 DVD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2005년 5월 17일 파라마운트 출시)

시선집중: 이 장면!
<프레데터 2 Predator 2> 중 ‘에이리언의 머리뼈라고??’

<프레데터 2>의 SE 버전이 드디어 국내에도 출시됐다. (1편과 비교했을 때) 국내에서의 이 영화에 대한 지지도가 ‘형편없음’을 감안한다면, 열혈 팬들의 입장에서 이번 출시는 뛸 듯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SE 버전은 작년에 소리 소문 없이 출시됐던 일반판보다 향상된 AV 퀄리티를 보여준다. SE 버전을 위해 트랜스퍼가 새로 이루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윤곽선 노이즈가 일부 제거되는 등 소폭의 화질 향상이 있었다. 또한 DTS 트랙과 아기자기한 부가 영상들도 SE 버전의 구입자들에게만 제공되는 ‘특전’이다.

이번에 ‘시선집중! 이 장면’에서 고른 부분은 바로 ‘프레데터의 장식물 중 에이리언의 머리뼈가 엿보이는’ 유명한 장면이다. 이 장면은 스티븐 홉킨스 감독이 일종의 ‘조크’로 삽입한 신인데, 폴 앤더슨 감독은 이 장면을 본 뒤 <에이리언vs프레데터>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마도 에이리언 시리즈의 열혈 팬 중에는 이 장면에 ‘딴지’를 걸 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적어도 ‘에이리언 생물학’에 정통한 분이라면 말이다. 이 장면은 분명히 ‘논쟁’을 양산할 여지가 있다. 이유가 뭐냐고? 바로 에이리언은 ‘생물학상(?) 외골격을 지닌 동물(혹은 괴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에이리언> 시리즈에서 본 무시무시한 두상은 그 자체로 ‘뼈’인 셈이다. 에이리언이 이런 단단한 외골격을 가진 이유는 간단하다. 숙주가 대체 어떤 동물이 될지를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이런 이유로 이들의 몸은 어떤 혹독한 환경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강력한 보호막’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그것이 바로 ‘외골격’으로 굳어진 것이다. 우리가 가진 생물학 지식으로 보면 에이리언은 (마치 ‘게’처럼) 뼈 속에 살이 있는 동물이다. 따라서 위의 장면에 등장하는 것과 같은 에이리언의 ‘머리뼈’는 (원칙적으로는) 존재할 수 없다.

"대체 어떤 존재란 말인가?"(사진은 <에이리언> 중에서)

그러나 물론 스티븐 홉킨스를 위해 몇 가지 변명은 만들어 줄 수 있다. 에이리언은 워낙 별난 외계 생물이어서 ‘우리의 생물학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몸 구조를 하고 있다...고 해버리면 되는 것 아닌가? 이런 ‘황당한’ 전제 하에서는 갖은 ‘엽기적인 가설’의 정립이 가능하다. 이를 테면 이런 것. “에이리언은 외골격 안에 또 내골격이 존재한다!” 즉, 이놈들은 2중 골격구조를 지닌 것이다!

혹은 이런 설명도 가능하지 않을까? 에이리언의 외골격 구조는 2중 구조 - 즉, 외골격과 그것의 표면을 덮고 있는 얇은 피부막 - 으로 구성됐다. 우리가 영화에서 본 ‘까무잡잡하고 매끈한 머리부분’은 사실은 외골격을 덮고 있는 얇은(그러나 강력한) 피부막이었던 것이다! 프레데터들은 이 피부막을 걷어 내버리고 ‘골격 부분’만 수집하는 것이다. 어떤가? 제법 그럴 듯하지 않은가?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마시길. 어차피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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