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김정대의 레퍼런스 DVD - 2005년 5월 (1)
2005-06-06
글 : 김정대

이 코너는 매달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되는 컨텐츠로서 그 달의 레퍼런스(화질, 음향, 부록 등에서 모범이 될만한) 타이틀을 엄선해, 주요 장면의 AV적인 우수성에 대한 전문가의 해설을 정리하는 코너입니다. (DVDTopic)

샤크 Shark Tale

<샤크>의 화질은 놀랍다. 아니 ‘경이롭다’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단순히 화질만 놓고 본다면 <샤크>의 그것은 지난 4월에 출시되어 많은 DVD 팬들을 경악케 한 <인크레더블>에 ‘필적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샤크> 화질의 우수성은 비슷한 공간(바다 속)을 배경으로 하여 만들어진 픽사의 3D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와 비교해 보면 즉각 드러난다. <니모를 찾아서>는 (CG로 표현하기 극히 까다로운) 바다 속을 배경으로 한 첫 번째 3D 애니메이션이었던 만큼 ‘실험적’ 색체가 짙었다. 때문에 DVD가 필름 단계를 거치지 않고 D2D(Digital-to-digital) 방식으로 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약점이 존재했다. 특히 대형 디스플레이에서 감상 시 적지 않은 디지털 노이즈가 감지된 바 있었고, 샤프니스도 (아주) 약간은 불안정한 면이 있었다(물론 이것은 어느 정도는 ‘의도적인 컨셉’에 의한 것이긴 하다).

하지만 드림웍스의 야심작인 <샤크>에서는 이런 약점이 거의 완벽하게 보완되었다. 샤프니스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고, 디지털 노이즈는 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으며 컬러는 극장 상영 시보다 더욱 화려하게 느껴진다. 특히 색상의 표현 수준은 <니모를 찾아서>의 그것을 초라하게 느끼게 할 정도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모두 캐리커처적인 것들임에도 그것들의 질감의 표현은 거의 ‘하이퍼리얼리티’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고래의 ‘지저분한(?) 몸통 질감’ 표현과 각종 바다 정경의 사실적인 표현 상태는 실사 영화를 방불케 한다.

하지만 ‘수퍼 레퍼런스급’ 화질에 비해 음질은 다소 실망스럽다. 아니, 정확히는 ‘음질’이 아닌 음향 설계 자체가 다소 ‘심심한 경향’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음향 자체는 표현력이나 투명도 등 모든 면에서 흠잡을 곳이 없으며, 잡음도 거의 섞이지 않았다. 하지만 공격적인 성향이 돋보이는 픽사 타이틀의 그것과 비교하자면 <샤크>의 음향 설계는 거의 ‘평면적’인 것에 가깝다. 음향 설계 컨셉 자체가 프론트와 센터 채널을 중심으로 한 것이어서, 박력 넘치는 멀티 채널 서라운드 음향을 기대하신 분들은 다소 실망할 것이다. 서라운드 효과가 돋보이는 장면이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많지 않으며 ‘사운드 면에서’ 가장 활발하고 박력 넘치는 신은 아이러니하게도 액션 신이 아니라 바로 R&B풍의 삽입곡들이 나오는 신이다.

필자가 뽑은 ‘베스트 신’은 (그래도 가장) 음향 설계가 돋보였던 돈 리노(‘상어 갱단’의 대부, 로버트 드니로 목소리)와 오스카(윌 스미스 목소리) 간의 추격 장면이다. 음향도 음향이지만, 여기서 돈 리노와 배경으로 스쳐지나가는 고래 몸통의 놀라운 디테일 표현 상태를 잘 살펴보시길! (2005년 5월 13일 CJ 엔터테인먼트 출시)

말아톤

530만이라는 관객을 동원하며 예상 밖의 흥행 대박을 터뜨렸던 <말아톤>은 DVD의 AV 퀄리티에 있어서도 ‘대박’을 터뜨렸다. 2005년 상반기에 출시된 한국 영화 타이틀은 <썸> 정도의 예외를 제외한다면 대부분 AV 퀄리티 면에서는 썩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말아톤> DVD가 보여준 괄목할만한 AV적 성취도는 ‘반갑기까지’하다. <말아톤>의 AV 퀄리티는 올해 출시된 한국 영화 중 (현재까지는) 단연 최고 수준이며, 작년에 출시된 ‘한국형 레퍼런스급 타이틀’인 <아라한 장풍 대작전>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물론 거의 완벽에 가까운 할리우드의 최신 레퍼런스급 타이틀과 비교했을 때는 약간의 약점이 존재한다. 그레인과 지글거림 현상이 종종 눈에 띄고 장면 간의 질감 표현수준의 편차도 있으며, 잡티도 여기저기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이상 열거한 화질 상의 약점은 극히 ‘마이너’한 수준이어서 시각적으로 극히 예민한 팬들이 아닌 한 특별히 감상에 지장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샤프니스도 안정적인 수준이며 인물 피부와 배경의 디테일 표현도 대단히 만족스럽다. 특히 자연광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전체적으로 통일된 느낌을 유지하고 있는 색감의 표현 상태가 매우 인상적이다.

사운드 역시 화질 못지않게 훌륭하다. 플롯 상 음향의 운동성이나 입체감이 강조되는 부분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음향 설계가 매우 잘 되어 감상자가 ‘청각적으로’ 심심함을 느낄만한 순간은 거의 없다. 영화의 후반 제작기간이 대단히 짧았음을 생각하면 놀라운 성과라고 말할 수 있다. 대사와 스코어 트랙도 명료하게 재생되며, 자연스러운 느낌을 강조한 주변 잡음들의 표현 상태도 대단히 훌륭하다.

필자가 뽑은 ‘베스트 신’은 초원이와 그의 코치 정욱이 비가 오는 가운데 대화를 나누는 장면. 두 사람 간의 마음의 장벽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신으로, 화질도 훌륭하지만 음향 면에서 특히 주목할 만 하다. 입체감 넘치는 빗방울 소리, 명료한 대사, 감동적인 스코어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울려 퍼진다. (2005년 5월 17일 KD 미디어 출시)

블레이드 3 Blade: Trinity

<블레이드> 시리즈의 DVD는 전통적으로 AV 퀄리티 면에 있어서 대단한 강세를 보여 왔다. 특히 <블레이드 2> DVD는 아직까지도 ‘레퍼런스급 DVD’ 목록에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걸작 타이틀’이다. 이번에 출시된 <블레이드 3> 역시 기대대로, 아니 기대 이상의 막강한 AV 퀄리티를 자랑한다.

뱀파이어 킬러를 다룬 영화라는 ‘소재 특성 상’ 어두운 장면이 대부분임에도 트랜스퍼의 결과가 워낙 빼어나 디테일이나 색상 표현 면에서 ‘답답함’을 느낄만한 부분이 거의 없다. 디지털 색보정 과정을 거치며 약간은 모노톤 경향의 인공색 톤이 강조되었음에도 전체적인 색감은 화려하기 그지없으며, 해상도도 극히 빼어나 웨슬리 스나입스 피부의 땀구멍 하나에서부터 ‘뱀파이어 포메라니언’의 털 한 올까지 디테일이 강조되어야 할 부분은 모두 완벽하게 표현된다. 단점이 있다고 한다면 동선이 강조된 부분에서 윤곽선 노이즈가 약간 보인다는 것, 때때로 색의 뭉침 현상이 보인다는 것 정도인데 이 역시 감상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DTS-ES 6.1채널 사운드트랙(디스크리트 방식) 역시 ‘명불허전’. 시종일관 공격적 성향의 강력한 사운드가 전 채널에서 쏟아지는데,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은 ‘볼륨 조절’에 각별히 신경을 쓰지 않으면 이웃집과는 ‘원수 사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성능 좋은 서브우퍼를 보유하신 분들은 ‘과시용’으로 딱 적당한 타이틀이라 할 수 있다. 서라운드 음향 자체도 기막히게 설계 되었고 이동감과 방향감, 채널 간 밸런스도 탁월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바로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만드는 강력한 스코어다. ‘영화적 재미’나 ‘작품성’은 논외로 하고서라도 적어도 AV 적인 면에서 <블레이드 3>는 거의 흠잡을 곳이 없는 훌륭한 타이틀이다.

필자가 꼽은 ‘베스트 신’은 역시 블레이드의 첫 번째 액션 신. <블레이드>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첫 부분에 ‘극한의 AV 퀄리티’를 뽐내는 역동적인 액션 신이 삽입되어 왔는데, <블레이드 3>도 예외는 아니다. 블레이드의 각종 무기 소리와 역동적인 차량 소음, 위력적인 타격음이 요란한 스코어와 함께 ‘무시무시한’ 앙상블을 이루며 울려 퍼진다. (2005년 5월 11일 KD 미디어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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