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살인에 관한 가장 화려한 수사”, <박수칠 때 떠나라> 촬영현장
2005-06-07
글 : 김현정 (객원기자)
사진 : 오계옥
장진 감독의 <박수칠 때 떠나라> 촬영현장

<박수칠 때 떠나라> 세트에선 올바른 통로를 찾기가 어렵다. 가운데가 뚫린 사각형 모양의 2층 건물 아래쪽에 서면 계단 끝이 어느 방에 닿아 있는지 보이지 않고, 복도와 복도를 잇는 브리지는 출구의 위치를 더욱 헷갈리게 만든다. 새로운 목격자와 용의자가 줄을 서고, 서로 다른 범행 동기가 겹치는 이 영화의 살인사건처럼. 2000년 LG아트센터 개관기념 공연으로 무대에 올랐던 <박수칠 때 떠나라>는 호텔 방에서 죽은 채 발견된 광고회사 여사장의 살인범을 찾아내는 영화다. 호텔 로비에서 체포된 용의자 김영훈(신하균)은 그녀를 죽이고 싶었지만 이미 죽어 있었기 때문에 죽일 수 없었다고 말한다. 금세 끝날 줄 알았던 사건 속에서 길을 잃은 검사 최연기(차승원)는 심문과정이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그날 밤 호텔에 투숙했던 사람들의 행적을 재구성한다.

브리지 반대쪽 방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멀리서 모니터로 신구와 차승원의 연기를 지켜보던 장진 감독은 헤드폰을 쓰고서 웃음을 참지 못했다. 반장(신구)이 연기에게 살인과 죽음의 의미를 들려주려다가 말이 꼬이는 장면.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웃을 수밖에 없는 이런 대목들은 <박수칠 때 떠나라> 곳곳에 배치돼 있고, TV 중계와 실내극을 포괄하는 독특한 구조와 함께, 평범한 단어로는 말하기 힘든 정조를 부여한다. “차승원은 이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위험한 모험일 수 있었다”는 장진 감독의 말은 그만의 이상한 나라를 가지고 있는 감독에겐 당연한 걱정이었을 것이다.

오랫동안 장진 감독과 함께해온 신하균과 달리 처음 일하게 된 차승원은 “나도 걱정이 돼서 하루에 세번씩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내 말투가 이렇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걸 알렸다”고 말했다. 장진 감독이 그를 택한 이유는 “스타일리시한, 셔츠 단추를 풀고 심문실에 들어오면 멋있다라는 생각이 드는 검사”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스타일의 추구는 최연기뿐만이 아니라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축이기도 할 것이다. 장진 감독이 “살인에 관한 가장 화려한 수사”라고 정의했던 <박수칠 때 떠나라>는 30% 정도 남은 촬영을 마치고 8월 중에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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