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스릴러 <소름>(감독 윤종찬, 개봉 8월4일)의 공포는 아주 새롭다. 피와 살을 흩뿌리지 않고 이야기는 느릿느릿 흘러가는 데도 신경이 쭈뼛쭈뼛 일어선다. 엄청난 공포감을 일으키는 건 주검이나 악령이 아니라, 사람들이 빚어내는 슬프고도 비비꼬인 인연과 사랑이다. 멜로로 소름 끼치는 두려움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아주 지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이 작품이 올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주연배우 장진영(27)씨가 `페스티벌 레이디'로 선정된 것은 아주 적절해보인다.
장씨는 완성된 영화를 처음 본 뒤 스태프들과 식사하러 가서 혼자 멍하니 밥도 못먹고 앉아있었다고 한다. “촬영 후반에 들어섰을 때, 한동안 새벽 4시만 되면 깨어나서는 무서워서 눈도 못감고 고통스러워했어요. 똑같은 악몽을 되풀이해서 꾸는 거예요. 그만큼 몸과 맘이 많이 황폐했는데 그런 기억이 되살아나는 바람에….”
그를 이 지경에 몰아넣었던 건 `선영'이란 캐릭터 때문이었다. 하나뿐인 아이를 잃어버리고, 남편의 주먹질에 시달리는 선영의 눈빛은 시퍼렇게 멍든 자국만큼 절망적이다. 단지 본능적으로 살아갈 뿐인데, 악마적 심성을 갖고 있는 용현(김명민)을 만나 작은 위로를 받게 된다. 하지만 이들의 과거에 도사리고 있던 지옥같은 악연이 문제였다.
“목소리도 그렇고 남성적이란 얘기를 많이 들어요. 실제로 터프해서 여자 같은 내숭으로 사람들을 만나면 제가 불편해요. 하지만 여자로서의 삶이 고달플 때, <파니 핑크>(사랑도, 인생도 잘 안풀리는 여자를 그린 영화)를 보면서 기분을 풀어요.”
혹시 기존 배우들을 분류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스타와 배우', `실제 생활과 연기가 같거나 혹은 딴판인 배우' 등으로 나눠본다. 자신은 어느 자리에서나 한결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한다.
“97년 데뷔했으니까 늦게 시작했죠. 갓 스물 넘은 이들이 스타덤에 오르는 걸 보면서 뒤처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하지만 일찍 시작했으면 천방지축이었을 거예요. 일을 제대로 해나갈 생각이 부족했을 거란 말이죠.”
그의 몸 안팎은 텔레비전이나 스크린 속보다 훨씬 단단하고 풍성해 보였다. “운동을 즐겨하고, 집에서 조용히 차 마시기를 좋아해요. 술요? 물론 좋아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