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이 놀라웠던 것은, 관객이 영화를 보고 나서도 골똘히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며 그로 인해 관람 이후에야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첫 장면이 주인공의 뒤통수부터 시작되고, 결정적인 순간에 화면을 가리거나 접어버리기 일쑤인 이 영화에 대해 윤종찬 감독은 ‘상식적이거나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이 싫었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선영(장진영)이 그간 폭력을 행사해온 남편을 죽이는 장면을 생략하고 곧바로 암매장으로 넘어간 것도 설명보다는 상황과 영상만을 제시해도 얼마든지 관객과 소통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라는 것이다(실제로 이 장면은 초기 편집본에는 있었지만 시사회 뒤 피드백에 의해 삭제되었다).
<소름>은 한번의 감상만으로 쉽게 파악이 가능한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친절하거나 편안하지 않은 점이야말로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 싶다. 많이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관객이 그 속으로 한 발자국 더 들어갈 수 있고, 그들 각자의 해석을 통해 여러 가지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평론가와 함께 컷과 컷 사이에 켜켜이 쌓여 있는 영화의 속살을 한 꺼풀씩 벗겨내는 DVD의 코멘터리는 그래서 한번쯤 들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감독은 해설에서조차 ‘이것이 최종 결론은 아니다’라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으니 관객의 해석이 무참하게 깨질 일도 없다. 또한 이 영화는 윤 감독이 작업했던 단편영화들과 밀접한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코멘터리와 함께 부록으로 실린 3편의 단편을 함께 감상한다면 <소름>이라는 작품을 좀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