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밀리언즈> 화려한 색상이 눈부신 타이틀
2005-06-15
글 : 강신우

어느 날 당신 앞에 느닷없이 돈 가방이 떨어졌다. 당신은 그 돈으로 무엇을 하겠는가. <밀리언즈>는 약 25만 파운드가 들어있는 돈 가방이 생긴 7살, 9살 두 형제가 벌이는 유쾌한 모험을 그리고 있다. 물론 이러한 설정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감독이 대니 보일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당신은 본능적으로 이 영화가 돈 가방에 얽힌 배신과 음모(쉘로우 그레이브), 마약에 모든 돈을 쓰는 어린아이들의 모습(트레인스포팅), 혹은 좀비에 의해 이들 주인공이 공격당하는 끔찍한 광경(28일 후)을 연상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의 기대 혹은 우려는 모두 틀린 예상이다. <밀리언즈>는 철저하게 가족을 위한 영화이며,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동화이자 어른을 위한 교훈이 가득한 판타지다. 이 영화에서는 당신이 대니 보일이라는 이름으로 인해 짐작하는 모든 설정이 보기 좋게 빗나간다.

모든 성자의 이름을 꿰뚫고 있는 7살 데미안은 그 죽은 성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돈을 모두 좋은 일에 쓰고자 하고 세상물정에 지나치게 밝은 9살의 안소니는 모든 돈을 부동산에 투자하자고 한다. 때문에 일확천금을 어디에 쓰느냐로 고민하는 영화 속 설정은 로또에 온 국민이 열광한 바 있고 이제는 강남의 부동산 열풍에 전국이 들썩이는 한국에서는 조금은 삐딱한 시선으로 이 영화를 바라보게 만든다.

하지만 대니 보일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돈은 필수불가결하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세상에는 돈보다 더욱 소중한 것이 많다는 평범한 진리를 단순명쾌한 화법으로 전달한다. <밀리언즈>에서 어린아이들의 상상력은 만화 같은 기법으로 스크린에 그려지지만 반면 어른들의 옹졸한 욕망은 어둡고 한심하게 표현되며, 이러한 장면들은 유쾌함을 넘어서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대니 보일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가족을 위한 밝고 착한 영화를 만들었으며 이로써 그의 영화 세계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멋지게 증명해냈다.

지금까지 대니 보일의 영화들은 그 화제성과는 반대되는 초라한 DVD로 국내에 선보였다. 하지만 세계 최초로 출시되는 <밀리언즈> 국내판 DVD는 화질과 음향만큼은 여타 레퍼런스 타이틀의 그것과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원색 위주로 구성된 화려한 색상들은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답게 표현되며 전후좌우로 신출귀몰하는 재미있는 음향 디자인도 듣는 재미를 더해 DVD의 존재가치를 높여준다.

특히 어린이들의 눈높이를 고려해서 만들어낸 밝고 화사한 만화 같은 영상들은 마치 유채화 물감을 화면 가득 뿌린 듯해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때문에 소위 뽀사시 효과로 영화 전체를 발라버린 <밀리언즈>를 DVD가 아닌 비디오로 보는 것은 영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치는 것이다. 기발한 영화적 기교로 무장한 이 판타지 영화가 관객의 시선을 끄는 첫 번째 방법이 바로 이 형형색색으로 변하는 색의 과잉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화를 보고 나면 반하지 않을 수가 없는 아역배우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부록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이 영화는 DVD로 감상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촬영 현장의 대니 보일 감독
아역배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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