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독자적인 네트워크망 ‘데덜루스’를 구축하여 국가 전산망에 침투한 뒤 사람의 신분을 조작하는 일을 하는 제이슨 프라이스(돌프 룬드그렌). 국가정보 밀거래 단체 ‘이카루스’를 검거하기 위한 FBI 스파이 소니(테드 위달)는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친구 프라이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신분 위장을 돕고 도피처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니의 행방은 묘연해지고 FBI가 프라이스를 소니의 살인자로 지목함에 따라 프라이스는 점점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 Review
주인공의 경력은 화려하다. FBI와 국가안보국(NSA) 전직 요원이었으며 장학생에 대통령 표창을 두 차례나 받은 적 있는 수재. 게다가 실제로야 어쨌건 영화 속에서는 가끔씩 한발짝 늦게 등장하거나 내부 비리로 골머리를 앓는 FBI를 유유히 떠나 현재는 자신이 구축한 독자적인 네트워크를 소수의 동료와 함께 운영하는 수완까지. 물론 10대의 천재 해커가 우연히 정부의 비밀을 알게 된다든가 하는 풋풋한 설정 대신, 국가 전산망을 조작하여 개인의 기록을 모두 삭제하거나 새롭게 등록하는 주도면밀한 사업이다. 알고보니 주인공은 <록키4>와 <유니버설 솔저>에도 출연한 바 있는 돌프 룬드그렌. 주변의 고정관념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액션만을 고집하는 배우의 이력을 보면 액션영화의 단골 메뉴인 ‘FBI 수재’가 어색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그가 영화 안에서 펼치는 액션이 영화 자체를 ‘액션영화’로 만들어버리기엔 부족한 감이 있다. 몇번의 몸싸움 신과 총격전 신이 들어가긴 하지만 장면들은 유려하다거나 정교하다거나 감탄을 자아내게 할 정도는 아니다. 따라서 머리도 좋고 하는 일도 용의주도하며 액션은 자기몸 지킬 정도로 할 수 있는 우리의 주인공에게 걸맞은 이 영화의 장르는, 포스터에도 써 있듯이 ‘하이테크 액션’.
‘얽히고 설킨 반전’의 효과를 노린 듯한 헷갈리는 내러티브를 가진 이 영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션 임파서블>과 같은 뉘앙스를 줄 수 없는 이유는 대략 세 가지. 톰 크루즈의 부재, 가끔씩 헐거워지는 시나리오, 그리고 평범한 이미지들. CF감독 출신의 마스 그레니어 감독은 영상미에도 신경을 쓴 듯하여 산란한 화면이라든가 장면전환, 스틸과 무빙을 엮어 만든 몇 장면을 보여주긴 하지만 세련된 할리우드 액션 화면에 근접하기란 역시나 쉽지 않은 일인 듯.
손원평/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