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우리 커플이 가장 정상적일껄”
최고령 커플 주현 & 오미희
최근 <고독이 몸부림칠 때> <가족> 등을 통해 스크린 나들이가 잦아진 주현과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오미희는 단관극장 주인 곽 회장과 극장 옆 매점 주인 오 여인으로 등장한다. 언뜻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가진 듯한 영화 속 두 인물은 오드리 헵번을 우상으로 삼고, 여배우의 꿈을 버리지 않는 등 한번 애정을 기울인 것들을 오랫동안 사랑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녔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최고령 커플이지만 열정과 애정, 낭만에 있어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오랜만에 활동을 재개했다.
=오미희 | 2001년에 SBS 드라마를 마지막으로 라디오만 계속 해와서 취재진들을 만나는 것도 오랜만이다. 모든 걸 설명해주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출연을 결정했다. 특히 상대배역이 주현 선배님이라는 것이 좋았고. 상대의 영향력으로 인해 그간 내가 가지고 있었던 고정된 이미지를 벗고 싶었다.
-영화 속 상대 캐릭터를 소개하자면.
=오미희 | 곽 회장은 이 시대 마지막 남은 아날로그를 대표한다. 극장 옆에서 커피점을 운영하는 오 여인을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친숙함이 사랑으로 변한다. 한마디로 늪에 빠지는 거다. (웃음)
=주현 | 오 여인은 곽 회장에게는 영원한 오드리 헵번이고, 우상이다. 곽 회장과 연령 차이가 나다보니, 쉽게 프로포즈를 하지 못하고 계속 머뭇거리게 만든다.
-이 커플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면을 꼽자면.
=오미희 | 곽 회장이 오 여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몰래카메라로 찍는 장면. 오 여인은 늘 혼자만의 꿈에 젖어 있고, 그런 오 여인을 사모하는 곽 회장은 자신의 감정을 담아 카메라에 오 연인을 담는다.
=주현 | 그래도 우리 커플이 이 영화 속 커플들을 통틀어 가장 정상적이지 않나, 싶다. 다른 커플들은 다 조금씩 정상이 아니다.
-촬영 당시 서로 호흡은 잘 맞았나.
=오미희 | 단 둘이서만 등장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다보니까, 다른 사람들 속에 묻어갈 수도 없고 그 관계에 집중해야 했다. 주현 선배님 애드리브 덕을 많이 봤다. 그리고 선배님이 영화가 처음이라 많이 쑥스러운 나에게 “지금, 좋았어”라며 끊임없이 격려해주셨다.
=주현 | 라디오 프로그램을 많이 해서 그런지 처음에 오미희씨는 대사가 기복이 별로 없이 지나치게 일률적이었다. 아나운서 같은 대사가 아무래도 많이 어색했다. 그래서 대사톤에 대해 지적을 하면서 캐릭터에 집중하라는 얘기를 많이 했는데, 금방 알아듣더라.
“우린 거의 모든 장면에서 싸우는 것 같다”
가장 바쁜 커플 황정민 & 엄정화
새벽까지 <너는 내 운명>을 촬영하다 비행기로 상경한 황정민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피곤해 보였다. 쓰레기매립지에서 <오로라 공주> 촬영이 한창이라는 엄정화의 다리에는 밤샘촬영 때 모기에 물린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강간을 최악의 범죄라고 생각하는 노총각 나 형사와 여우 같고 당당한 의사 허유정을 연기할 이들은, 이날 한자리에 모인 한 무리의 배우들 중에서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내 생애…>의 가장 마지막 커플인 이들은, 6월22일까지 각자 출연 중인 영화를 마무리하고 23일쯤 다시 만날 예정.
-각자의 캐릭터를 가장 잘 드러낼 만한 장면을 뽑는다면.
=황정민 | 나 형사는 경상도 남자 특유의 무뚝뚝함이 특징이다. 허유정을 좋아하면서도 늘 덤덤하게 대하고 돌아서면 후회하는데, 그런 장면이 몇번 반복된다.
=엄정화 | TV 토론회에 나와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 형사와 허유정이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많다. 모든 장면에서 싸우는 것 같다. 주로 허유정이 나 형사에게 관심이 많아서 시비를 거는 식인데, 여자가 먼저 사랑을 표현하는 게 재밌다.
-여러 커플이 비슷한 비중으로 등장하는 영화라서, 부담이 좀 적을 것 같다. 시간이나 에너지도 좀 덜 소모되지 않을까.
=황정민 | 더 수월하다든가 그런 건 없다. 커플마다 제 몫을 해줘야 영화 전체가 완성되는 등 각 커플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니까. 7개의 영화가 모여 <내 생애…>를 이룬다고 생각한다. 좋은 점은 최고의 배우들과 한 영화에 출연할 수 있다는 점. 이런 배우들이랑 같이 작업하는 기회가 몇번이나 있겠나. 각각의 영화를 잘 축약하면서도 조화를 유지해야 하는 감독이 제일 중요할 것 같다.
=엄정화 | 어차피 세상은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커플 역시, 영화 속 1주일 동안에 각자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보내는 거니까 모두 똑같이 중요하다. 그리고 영화가 진행되면서 다른 커플과 서로 얽히고 관계를 맺는 경우도 있다.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꼽자면.
=황정민 | 결혼하기 이틀 전부터 신혼여행 끝날 때까지 1주일. (웃음) 남들은 그 기간에 신경질도 많이 내고 싸운다는데 난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로라 공주>와 이 영화가 많이 다른데, 바로 이어서 촬영하려면 좀 힘들 것 같다.
=엄정화 | <오로라 공주>는 배우가 마음을 많이 닫아야 하는 영화인데, <내 생애…>에선 통통 튀어야 한다. 병원장면을 몇신 찍었는데 바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게 생각보다 어색하더라. 그래도 이제 밝은 역할을 하게 된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좋다. (웃음)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익숙하고 새로운 얼굴들
정경호
정경호가 연기하는 전직 가수 유정훈은, 그를 스타덤으로 이끌었던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속 캐릭터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 보인다. 하루아침에 소속사에서 퇴출당한 유정훈은 예비수녀 수경(윤진서)과 아슬아슬한 사랑을 선보일 예정.
“수경과 정훈은 완전히 딴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둘이 정신병원에서 만나는데, 진서랑 저랑 한마디로 제정신이 아니죠. (웃음) <광식이 동생 광태>와 이 영화를 동시에 촬영했는데, 영화는 드라마에 비해 배우를 많이 배려하는 매체인 것 같아요. 서로 격려도 많이 해주고, 가족 같은 분위기에. 음. 목욕탕에서 샤워하는 장면에서 엉덩이를 노출하면서 전라연기를 펼쳤는데 많이 춥고 힘들었죠.” (웃음)
김진아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모 정보통신 회사 CF 속 깜찍한 여자아이로 익숙한 김진아는 최근에는 <친절한 금자씨>에도 출연했다. 이 꼬마는 <내 생애…>에서 무려 두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자신의 존재조차 몰랐다는 아빠(김수로), 언제나 곁을 지켜주는 든든한 남자친구 지석(이병준)이 바로 그 주인공.
“이 영화에서 아픈 애로 나오기 때문에 머리를 빡빡 깎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매번 머리에 뭐를 뒤집어쓰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엄마가 나 때문에 죽었다’며 아빠한테 미안하다고 말하는 장면을 찍을 땐 많이 울었어요. 그럴 땐 아무 생각을 안 해도 저절로 눈물이 나요. 그리고 사실은요, 저 진짜로 지석 오빠 좋아해요. 오빠한테도 벌써 얘기했어요.” (수줍은 웃음)
서영희
상반기 최고의 히트작 <마파도>에서 로또를 들고 사라진 끝순이였던 서영희. 이 영화에선 임창정과 함께 가난한 신혼부부로 등장하여 닭살 커플의 진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주말드라마 <슬픔이여 안녕>에 출연 중이다.
“<질투는 나의 힘> 하숙집 딸로 처음 영화에 출연해서 벌써 다섯 번째 영화인데, 운이 좋아서 그랬는지 모두 절대적인 분량보다 중요한 역할들이었어요. 이 영화에서 제일 힘들었던 장면은 임창정씨와 함께 김밥을 말면서 넌 단무지, 난 소시지, 이러면서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신. 너무 쑥스러웠어요. 때로 여자가 더 적극적이기도 한 평범한 신혼부부의 일상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배역을 맡고 싶어요. 그동안 한 역할들이 비중은 작아도 모두 극단적이어서.”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