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변방의 풍경을 이해하는 법, CJ컬렉션
2005-07-06
글 : 김현정 (객원기자)
대만에서 이란까지, 아시아의 낯선 영화 5편 상영하는 CJ컬렉션 7월8일부터

200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아시아영화 5편이 관객을 다시 찾는다. CGV강변과 상암, 서면 인디영화관은 7월8일부터 21일까지 이란과 카자흐스탄, 대만 등 극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영화로서는 변방인 나라들의 영화를 상영할 예정이다. 이 영화들은 낯선 풍경과 화법을 들이밀 수도 있겠지만 미래는 언제나 그런 낯선 현실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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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작 소개

<드랙퀸 가무단>

도교 승려 로이는 밤이 되면 화장을 하고 드랙퀸 가무단에서 노래를 한다. 얼마 전에 실연한 로이는 물에 빠져 죽은 젊은이의 혼을 건져달라는 부탁을 받고, 죽은 남자가 헤어진 애인 써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정했던 써니. 그가 주었던 티셔츠를 벗어 영혼을 달래고 난 로이는 가무단의 동료들과 함께 자신만의 방법으로 써니를 위로하고자 한다. 이제 네온 불빛이 영롱한 트럭 임시무대에서, 길고 가는 몸으로 바람을 맞는 로이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드랙퀸 가무단>은 사회에서 배척받는 여장남자들의 동성애를 우아한 물결로 감싸안는다. 이해해야만 하는 거라고 날을 세우기보다 당연한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는 듯한 자연스러운 태도가 따뜻한 영화.

<대결>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되었을 때 이란의 블록버스터라고 화제를 모았던 영화. 전쟁의 상흔을 기억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착가들의 영화와는 다르게, 액션과 멜로드라마를 섞어 대중적인 화법으로 과거를 불러내는 영화다. 20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던 자날이 고향에 돌아온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싸웠던 자날은 조국과 동료를 배신했다는 누명을 쓰고 인생의 황금기를 어둠과 더불어 보내야만 했다. 에스칸다르의 명령으로 기밀문서를 탈취하려 했던 그는 왜 배신자로 낙인 찍히는 운명이 되어야만 했을까. 명예를 되찾고자 하는 자날의 싸움은 묵은 상처와 겹치며 또 다른 전쟁으로 다가간다. 이란영화로서는 당시까지 최고의 제작비였던 600만달러로 제작된 영화. 감독인 다비쉬는 “빛과 어둠, 카인과 아벨, 자날과 에스칸다르의 다툼을 창조하고 싶었다”는 말로 이 스펙터클한 전쟁영화의 탄생 동기를 설명했다.

<아름다운 세탁기>

우렁각시를 향한 동경은 어느 나라에나 있나보다. 그러나 우렁각시 설화나 일본 만화 <비디오걸>이 애틋한 러브스토리였다면 <아름다운 세탁기>는 이기적이고 건조한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동거하던 여자친구에게 차인 테오는 중고 세탁기를 산다. 일하고 싶을 때만 일하는 세탁기 때문에 고민하던 테오는 이 기계에 이름 모를 여인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들켜버린 그녀는 이제 테오의 하녀다. 테오는 그녀를 부려먹다 못해 이웃 홀아비에게 빌려주기까지 하고, 만능 세탁기를 둘러싼 탐욕과 소동은 일파만파로 번져간다. 매우 느린 속도로 엔딩을 향해 발걸음을 떼는 이 영화는 비정한 도시를 초현실의 방법에 기대어 재구성한다.

<사냥꾼>

열두살 먹은 소년 에르켄은 어머니의 애인인 사냥꾼이 너무 싫다. 가끔 마을에 들르는 사냥꾼의 말을 훔쳤다가 소동을 일으키게 된 에르켄은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 사냥꾼과 함께 산으로 떠난다. 거친 자연에 묻혀, 부드러워지는 영혼. 그러나 에르켄은 어머니를 구하려다가 감옥에 갇히고 만다. 몇년이 지나고, 감옥에서 나온 에르켄은, 거대한 늑대 콕잘에게 살해당한 사냥꾼의 유품을 받아든다. <사냥꾼>은 어쩌면 우리가 카자흐스탄에 기대하는 환상을 채워주는 이국적인 영화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연과 영웅이 겹치는 이 거대한 서사시에는 카자흐스탄인들의 문화와 애착, 먹고사는 일상 또한 녹아 있다.

<구름의 남쪽>

장밍의 <무산의 비구름>과 장위안의 <17년후>의 공동 시나리오 작가였던 주웬의 두 번째 장편영화. 부모 세대를 주인공으로 선택한 그는 “삶에 있어 하나의 선택이 현실이라면 다른 선택은 꿈이 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나는 누군가의 불가능한 삶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퇴직한 공장노동자 쉬다친은 오래전에 운남에서 사는 길을 택했더라면 자신의 삶이 바뀌었으리라고 믿고 있다. 퇴직금마저 달라고 보채는 딸에게 지친 그는 또 한번의 기회를 잡기 위해 운남으로 떠난다. 그러나 걷지 않은 길이기에 아름다워 보이는 법이다. 창녀와 경찰의 분쟁에 휘말린 쉬다친은 꿈으로부터 멀어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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