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그리고 홍미주만 남았다, <첼로-홍미주 일가 살인사건> 촬영현장
2005-07-11
글 : 김도훈
사진 : 오계옥
성현아 주연의 호러영화 <첼로-홍미주 일가 살인사건> 촬영현장

홍미주 일가 살인사건. 성현아 주연의 호러영화 <첼로-홍미주 일가 살인사건>은 마치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제목 같은 부제를 달고 있다. 제목 그대로, 홍미주 일가는 첼로 선율을 들으며 각기 다른 장소에서 누군가에게 살해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범인은 누구일까. 지난 6월25일 남양주종합촬영소에서 열린 <첼로-홍미주 일가 살인사건>의 현장공개는 자그마한 단서라도 잡기 위해 진을 친 40여명의 취재진들로 가득했다. 물론 아무런 실마리도 들을 수 없는 마지막 현장공개다. 제작사인 태감영화사의 대표이기도 한 박성도 PD의 말에 따르면 “현장공개 다음날 크랭크업이 예정되어 있다”고. 5월17일 조용히 크랭크인을 한 이래 숨막히는 스피드로 달려온 셈이다.

종합촬영소 제7스튜디오로 들어서니 정갈하게 느껴질 만큼 비어 있는 지하실 세트가 만들어져 있다. 가끔 계단 입구에서 새어나오는 조명이 벽에 비스듬이 세워진 첼로 케이스의 표면에 살짝 빛을 내리고 있을 뿐이다. 깨끗하게 닦인 첼로 케이스 안에는 홍미주의 딸 윤혜의 싸늘하게 식은 시체가 들어 있다. 이를 발견한 준기(정호빈)는 계단을 걸어내려온 아내 홍미주(성현아)와 마주친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사고였어요. 정말이에요. 누가 죽인 게 아니에요.” 가족의 잇단 죽음. 그리고 그 모든 죽음의 순간을 바라보았던 유일한 목격자 홍미주. 아내를 의심하기 시작한 준기는 홍미주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내가 죽인 게 아니야!” 찢어지는 홍미주의 비명소리와 함께 나동그라지는 준기. 현장에서는 볼 수 없지만 영화 속의 준기는 벽에 박혀 있는 대못에 머리를 깊숙이 박아넣을 것이다. 그리고 홍미주는 유일한 생존자가 될 것이다. 감독이 컷을 외칠 때마다 두 배우는 고개를 숙인 채 대사를 입 밖으로 소리내어 읊조린다. 내가 죽인 게 아니야.

“거의 사건의 정점이 시작되는 부분이며, 주인공 홍미주가 가지고 있는 원죄에 대한 대가들이 치러지는 부분”이라는 성현아의 설명처럼, 이날 촬영한 장면으로부터 <첼로-홍미주 일가 살인사건>은 클라이맥스로 치닫게 된다. <내츄럴시티>의 비주얼 이펙트를 담당했던 신인 이우철 감독은 “비주얼 위주의 공포보다는 드라마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사운드로 공포감을 증폭시킬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힘겹게 데뷔작을 산고 중인 심정을 내보였다. <첼로-홍미주 일가 살인사건>은 모든 후반작업이 끝나는 8월 중순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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