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플먼트 & 코멘터리]
<헐크> 적어도 대충 만들지는 않았다!
2005-07-12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CG로 이루어진 헐크는 당시 ILM의 가장 도전적인 프로젝트였다.

‘유니버설 로고는 대만에서 시작해서 미국에서 끝나죠.’ 영화사 로고에 대한 리안 감독의 담백한 농담으로 시작하는 <헐크>의 음성해설은 특별히 웃기거나 폭로성 내용이 난무하지는 않는다. 대신 리안은 제작의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사람답게 놀랄 만큼 다양한 영화의 구성 요소들이 어떻게 조화되고 있는가를 설명한다. 종종 침묵이 이어지기는 하지만, 오히려 관객은 본편에 충분히 몰입하면서도 해설은 해설대로 습득이 가능하다.

<헐크>에서 이안 최대의 고민은 만화와 B급 영화의 정서가 듬뿍 담긴 소재를 엄청나게 도전적인 영상 기술과 효율적으로 결합하는 것이었다. 그의 담담한 어조에서는 오히려 배우와 스탭들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면서(헐크의 모션 캡처를 리안이 직접 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타협을 불허했던 현장의 치열한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리얼리즘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실제 배우와는 달리 앵글이나 조명, 렌즈가 바뀔 때마다 계속 주시하고 수정해야 하는 CG 헐크의 작업 과정, 캐릭터를 구성하는 분노라는 키워드에 대한 리안의 깊이 있는 해석은 원작에 대한 이해와 팬들에 대한 배려의 결과다.

동시에 독특한 색깔의 벽지를 활용한 장면에서는 ‘만화를 영화화한 것이니 이런 것도 가능하다’는, 창작적 실험에 대한 즐거움도 숨기지 않는다. 작은 디테일을 위해 세트를 짓고 며칠 동안 온갖 앵글로 찍은 장면에서는 특유의 근성도 느껴진다. 때려 부수는 괴물 영화만 기대했다 실망한 관객이라면 이 음성해설로 ‘적어도 대충 만들진 않았다’는 것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취조 시퀀스. 여러 앵글과 렌즈로 반복 촬영하여 배우들이 가장 고생한 장면이다.
닉 놀테는 만화가 원작인 영화에 현실감과 깊이를 부여했다.

분자생물학자인 리안 감독의 부인이 담당한 실험 장면의 영상.
화면 분할 장면. 감독은 스튜디오의 전폭적인 협조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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