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현지보고] 제5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2000-02-22
글 : 박은영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디카프리오 신드롬의 베를린, 걸작은 없고 스타만 넘실

영화제에는 영화가 없다?

본선 진출작 <비치>의 기자회견장.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연이어 질문의 화살이 꽂혔다. 역할에 대해, 작품에 대해, 연기관에 대해, 환경문제에 대해, 그리고 어젯밤 파티에 대해. 보다 못한 모리츠 드 하델른 집행위원장이 사회자의 마이크를 빌려 들더니, “지금은 개인 인터뷰 시간이 아니”라고 취재진에게 주지시켰다. 그러자 곧바로 다음 기자가 감독 대니 보일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그리고 어떻게 디카프리오를 캐스팅했나?” 장내가 떠나갈 듯 웃음이 터져나왔지만, 짐작하듯이 그리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다.

영화제인가 배우잔치인가

레오의 베를린 침공

어찌된 일인지, 올 베를린영화제에서는 영화가 보이지 않는다. 영화보다는 사람이, 감독보다는 배우가, 그 중에서도 ‘오로지’ 할리우드 배우가 관심사다. 대중의 사랑은 대개 감독보다 배우 차지이지만, 이번 영화제에서는 더 유별나다. 파파라치와 극성팬들을 따돌리기 위해 여러 호텔에 동시에 예약했다는 디카프리오를 필두로, 조지 클루니, 맷 데이먼, 기네스 팰트로, 주드 로, 알리샤 실버스톤, 덴젤 워싱턴 등이 속속 도착해 포츠담 일대에 그 열기를 더하고 있다. 할리우드가 잠시 ‘공간 이동’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 영화제를 통해 새로운 스타가 배출되길 바라는 희망 같은 건 애시당초 접어야 할 분위기다. 특별히 관객을 즐겁게 할 만한, 그리고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화제작이 없다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도 있다. 영화제의 절반이 지나고도 이렇다할 화제작이 나오지 않고 있는데, 할리우드 영화가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경쟁 부문은 특히 심각한 수준이다. 동양과 서양, 거장과 신진의 작품이 고루 포진하고 있긴 하지만, 작품의 수준이나 밀도가 제각각이라, 선정 기준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기가 힘들다. 기자들 사이에선 “50주년을 맞아 작품 선정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가혹한(?) 농담까지 나돌고 있다.

돌아온 거장, 장이모와 폴커 슐뢴도르프

열이틀간의 영화제도 절반을 넘긴 시점. 빔 벤더스의 <밀리언달러 호텔>이 시큰둥하게 영화제의 문을 열고 나서, 하루 두편꼴로 본선 진출작이 소개되고 있다. 이 중 평단의 공격을 받거나 관객의 외면을 당하는 작품들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번식하는 섬에 발이 묶인 젊은이들을 그린 <섬 이야기>는 관금붕이 애초 이와이 순지, 에드워드 양과 함께 출발했던 Y2K 프로젝트 중 한편. 현란한 영상과 과감한 스토리 전개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국적과 사연을 지닌 이들의 이야기는 서로 녹아들지 못해 불협화음을 내고 만다. 포럼 부문에만 5차례 초청됐다는 독일 감독 루돌프 토메의 <파라디소>는 60회 생일을 맞아 인생의 여인 7명을 불러모아 7일간 함께 지내는 작곡가의 이야기로, 역시 감독의 진의를 파악하기 힘든 작품. 내전의 상처를 안고 성장한 세 친구가 기묘한 운명으로 다시 만나 서로를 파멸시킨다는 내용의 스페인영화 <엘 마르>도 설득력이 부족하고 스타일 또한 평범하다.

비교적 높이 평가할 만한 작품들 중에는 거장 장이모와 폴커 슐뢴도르프의 신작이 포함돼 있다. 88년 <붉은 수수밭>으로 금곰상을 수상한 바 있는 장이모가 ‘친정’에 돌아와 선보인 <로드 홈>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아들이 부모의 옛 이야기를 회고하는, 단순하고 소박한 이야기지만, 유려한 영상과 따뜻한 시선으로 마음을 울리는 작품. <양철북>의 감독 폴커 슐뢴도르프는 동독으로 비밀리에 건너간 서독의 테러리스트가 통일 뒤에 겪는 우여곡절을 다룬 <리타의 전설>을 내놓았다. 슐뢴도르프의 사회비평가로의 귀환, 독일의 분단과 통일을 다룬 최초의 작품이라는 의미가 크다. 젊은 작품 중에는 70년대 일본 학생운동의 좌절을 그린 오가타 아키라의 <소년 합창단>,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의 희곡을 영화화한 프랑수아 오종의 <불타는 바위 위에 떨어지는 물>, 선댄스 출신 조너선 노시터 감독의 심리 드라마 <사인스 앤 원더스> 등이 주목받았다. 특히 <리오의 도박사> <부기 나이트> 등 단 두편의 영화로 이미 ‘타란티노를 잇는 차세대 주자’로 점찍힌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 <매그놀리아>는 영화제 시작 전부터 화제의 대상이었다.

“세상에 특별히 불만은 없다”

할리우드의 문제적 신인, <매그놀리아>의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 인터뷰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 배우 줄리언 무어, 프로듀서 조애너 셀라

포르노 영화계의 인간 군상을 그려낸 <부기 나이트>로, 발군의 이야기 실력을 뽐낸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이, 베를린영화제와 오스카를 동시에 기웃거리고 있다. 그는 <매그놀리아>에서도 여러 명의 주인공을 동시에 등장시키고 서로 얽히게 한 다음, 특유의 통찰력과 재기로 그 매듭을 풀고 있다.

이야기는 크게 두축으로 진행된다. 병든 아내와 어린 아들을 팽개친 과거를 뉘우치며 죽어가는 방송계의 거물과 그 아버지의 성을 버리고 다른 이름으로 세상에 나와 섹스의 전도사가 된 아들, 그리고 명망 높은 토크쇼 진행자인 아버지와 그에게 성추행 당한 악몽을 마약으로 지워가려는 딸. 어두운 과거 때문에 자유롭지 못한 이들에게 사랑은 가당치 않은 꿈이다. 그러나 죽어가는 환자의 아들을 찾아주려는 간병인, 그리고 마약에 찌든 여인에게 연민을 느끼는 경찰관은, 이들을 절망뿐인 삶에서 구해내려 한다. 분노와 회한의 포물선이 꼭지점에 이르던 밤, 하늘에선 수만 마리의 개구리가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거대 도시 LA의 모든 거짓, 위선, 기만을 단죄하고 매듭짓기라도 하듯. 빗속에서 그들은 사랑과 용서를 배웠을지도 모른다.

세 번째 작품에 이르러 한결 너그러워지고 따뜻해진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과 브란덴부르크 문 부근의 고전적인 호텔 아들론에서 15분 동안 감질나는 인터뷰를 한 뒤, 다음날 기자회견장에서 다시 만났다. 이른 아침부터 취재진으로 들어찬 <매그놀리아> 기자회견장은 이 ‘할리우드 키드’에 대한 유럽의 관심이 뜨겁다는 걸 감지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함께 나타난 줄리안 무어는, 마침 밸런타인 데이였던 이 날, 한 기자로부터 빨간 하트 모양의 풍선 선물과 함께 사랑의 고백을 들었지만, 이 돌발상황을 제외하고는 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에게 주로 마이크와 카메라가 집중됐다. 할리우드에서 날아온 감독들이 배우에 밀려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이곳 베를린에서는 다소 이례적인 사건. ‘내 영화의 아버지는 모두 유럽에 있다’는 식의 아부 한번 없이도 인기를 독차지했고, <무빙 픽처스 베를리날레>에 “새로운 할리우드의 얼굴”로 언급되기도 했다.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는가. 작품에서 미국사회에 대한 어둡고 냉소적인 시선이 느껴진다.

=아니. 난 내 영화가 희망적이길 바란다. 미국사회에 대해, 세상에 대해 남다른 특별한 불만이 있는 건 아니다. 밝고 희망적인 영화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 진심이다. 실제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길을 걸으면서는, 그다지 낙천적일 수가 없다. 그러니 영화라도 낙관적으로 만들고 해석하려 노력한다. 바람 피우고, 거짓말 하고, 허세 부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은, 가리고 미화하는 것보다 드러내고 과장하는 편이 맘이 편해서다.

-스토리와 구성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본래 에이미 만(한때 <보이시스 캐리>라는 히트곡을 낸 그룹 ‘틸 튜스데이’의 리드싱어)의 노래를 각색한 것인데, 그는 특히 사랑, 추억, 그리고 사람들간의 관계를 표현하는 데 능하다. 영화로 만들면 재밌을 것 같았고, 그래서 열정적으로 매달렸다. 2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하고, 3시간의 러닝타임이라는 위험을 감수할 만큼.

-영화보다 음악이 먼저였다는 얘긴가.

=그랬다. 뭘 쓸까 고민하는 중에 그의 노래를 들었는데, ‘바로 이거다’라는 감이 왔다. 소설을 각색하듯 노래를 각색한 것이다. 노래에서 영화의 가지가 뻗어나왔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내 영화의 음악을 담당해온 존 브라이언과 기본 선율과 리듬을 미리 정하고, 거기에 촬영 구도와 리듬을 맞췄다. 그림에 음악을 맞추는, 보통 영화 작업과는 반대였다.

난 작곡하거나 연주할 줄은 몰라도, 어떤 영화감독보다 음악을 좋아한다.

-대표주자 없이 여럿의 이야기를 겹쳐놓는 방식을 구사하고 있다.

=그런 조합이 내겐 편하다. 얼마간 게으를 수 있고 또 얼마간은 부지런을 떨어야 하니까. 전에 했던 방식이기 때문에 쉽기도 하고, 전에 하지 않은 뭔가 새로운 이야기를 보탤 수 있으니까. 공유할 수 있는 어휘가 있는 이들과 함께 어울려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이 즐겁다.

-줄리안 무어,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필립 베이커 홀 같은 특정 배우들과 연달아 팀을 이루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그들은 내 가족과 마찬가지다. 내게 단순히 배우들 이상의 의미다. 개인적으로 워낙 친하기 때문에 그들의 실제 성격이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을 위해 시나리오 단계에서 이미 어울리는 역할을 만들곤 한다. 특히 줄리안 무어는 내가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는 배우다. 그를 곁에 두기 위해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들 정도다. (웃음)

-톰 크루즈를 캐스팅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아니. 전혀. <부기 나이트>를 본 다음, 그가 전화를 걸어왔다. 내 영화를 좋아한다며, 꼭 함께 일하고 싶다고 했다. <매그놀리아>는 그가 거액의 개런티를 요구하지 않은 유일한 영화일 거다. 어느 누가 톰 크루즈를 캐스팅하고 행복해하지 않을 수 있겠나. 하지만 그에게 억대의 개런티를 주지 않았을 때 진정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장내 폭소) <부기 나이트> 이후 내겐 과분하고 사치스런 일들이 꽤 일어났다. 코폴라도 만났는데, 그는 나를 ‘지금 이 시대에 자신이 원하는 영화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감독’이라고까지 말했다.

-호흡은 잘 맞았나. 연기 지도나 요구에 잘 응했는지.

=톰 크루즈는 늘상 위험을 감수하는, 놀라운 재능과 프로의식을 갖춘 사람이다. 우리는 역할에 대해 함께 많은 얘기를 했는데, 그는 강의나 인터뷰중에 야수처럼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연기하기 위해 무하마드 알리의 움직임을 참고하기도 했다. 역할에 대한 욕심이 철철 넘쳐서, 때때로 그를 자제시켜야 했다. <부기 나이트>에서 버트 레이놀즈가 요구에 응하지 않고, 까탈스럽게 군 것과는 정반대였다.

-영화 제목은 왜 ‘매그놀리아’로 정했나.

=정답을 나도 모른다. 그저 ‘매그놀리아’라는 단어가 맘에 들었다.

-개구리 비가 내리는 대목은 어떤 의미인가.

=그냥 멋있게 보이려고 그랬다(I was just trying to be cool). 원래 개나 고양이를 쓰려고 했는데, 구하기가 힘들더라. (웃음) 그냥 동화적 표현이라고 해두자.

-그 많은 개구리는 다 어디서 공수했나.

=동물원에서 캐스팅했다. (당황한 프로듀서가 얼른 말을 받았다. 80%는 <쥬라기 공원> 공룡 디자인팀이 컴퓨터로 만들었고, 20%는 실제 개구리를 썼는데, 차창에 떨어지고 바닥에 뭉개지는 건 진짜 개구리가 아니었다고.)

-개구리 비가 내리는 대목은 성경을 차용한 것으로도 보이고, 시적인 상징으로도 보인다. 감독의 의도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을 거라는 걱정은 없었나.

=두려웠다면 만들지도 않았을 거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난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선 고집불통이고 무모하니까. 하지만 아무래도 개구리 비와 영화 제목에 대한 질문은 거슬린다. 그건 질문 그대로 시적 상징이니까, 어떤 해석이든 존중될 필요가 있다. 감독의 이름으로 작품을 일일이 해설하는 건 일종의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의 템포와 분위기가 후반부로 갈수록, 특히 폭풍의 밤을 기점으로 가라앉는다. 특별한 의도가 있었나.

=스토리나 캐릭터가 제 아무리 뛰어나도, 3시간짜리 영화라면, 프로펠러 역할을 할 만한 다른 무엇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음악에 맡긴 것이다. 폭풍이 일고 개구리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대목을 기점으로, 음악이 적어지고 느려지며, 동시에 화면의 리듬도 늘어진다. 음악으로 임팩트를 줄 수도 있었겠지만, 헤프게 보일 뿐 아니라 의미도 퇴색할 것 같았다. 이 침묵과 고요의 시간은 영화에서 갈등과 화해 사이에 일종의 다리 구실을 한다.

-<매그놀리아>는 알트먼의 <숏 컷>을 연상시킨다. 실제로 그의 영향을 받은 것인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감독이 있는지.

=<양들의 침묵>의 조너선 드미, <유주얼 서스펙트>의 브라이언 싱어, 존 카사베츠의 모든 영화를 좋아한다. 알트먼도 물론 좋아한다. 내 영화를 <숏 컷>에 비교하는 이들이 많은데, 굳이 밝히자면 그 ‘자매 영화’쯤 된다.

-영화광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감독으로서 인간으로서 건강하게 성장했다고 생각하는지.

=영화는 내 DNA 속에 있다. 난 영화와 함께 영화 속에서 자랐고, 영화가 시키는 대로 살았다. 영화가 생활이고, 생활이 영화일 수 있었던 건, 혼돈스럽긴 하지만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가끔씩 영화로 간접 체험한 상황이 현실에서도 벌이지지 않나. 영화는 그럴 때 길을 보여준다. 그게 건강한 삶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내 경우엔 더 나은 인간으로 성숙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 영화였다.

-로케이션이 LA를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장소에 대한 특별한 애착이 있는지.

=함께 일하는 우리 팀원들은 뭔가 색다른 곳에 가보길 원했다. 하지만 난 고향을 떠나기가 싫다. 특히 촬영중일 때는 내 침대에서 잠들길 고집한다. 언젠가는 어디론가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LA는 내 고향이고 내가 제일 잘 아는 곳이라 벗어나기가 힘들다.

-당신은 이제 겨우 서른살이다. 세상만사 희로애락의 감정을 깊게 그려내는데, 어디서 그런 성숙한 통찰력이 나오는 건가.

=먼저 바로잡고 싶은 게 있다. 나는 서른이 아니라, 스물아홉살이다. 그리고 난 내가 알고 있는 세상, 내가 겪어온 일들과 바라는 것들을 이야기한다. 내밀하고 개인적인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 생각처럼 엄청난 산고를 거쳐서 작품을 내놓지는 않는다. 내 나이에 대해선… 글쎄 아주 어린아이도 그런 감정들에 익숙하지 않은가. 잘 모르겠다.

-차기작 계획은.

=없다. 이건 거짓말인데, 아직 없다. (웃음)

-다음 작품도 3시간짜리 ‘대작’인가.

=아니. 긴 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어떻게 매번 길게만 만들겠나. 처음 이 영화를 시작할 때도 3시간짜리 영화가 나올 줄은 몰랐다. 대개 3시간이 넘어가는 영화라면, 전쟁 영화거나 중대한 사회적 사건을 다룬 서사물이 대부분이다. 사실 나는 역사나 사회에 관심이 없고 별 매력도 못 느낀다. 러닝타임 3시간짜리는, 그 자체가 하나의 다른 장르로 간주돼야 한다. 서부 영화나 코미디가 하나의 장르라면, ‘3시간 영화’도 장르가 될 수 있다. 아주 작은 얘기, 사람들간의 관계를 다룬 얘기를 길게 하면 어떤가. 사랑을 느낀다거나, 화장실에 간다거나, 밥을 먹는다거나, 누구랑 전화를 한다거나 하는 얘기를 서사적으로 펼친다고 해서 안될 게 뭐 있나. 일상의 소소한 일들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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