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금자씨>를 기다리다 목빠진 팬들이 많다. 어떤 영화일지 궁금해 죽겠다는 반응이다. 궁금증은 이거다. “도대체, 산소같은 여자 이영애가 복수의 화신으로 등장하는, 박찬욱의 복수 삼부작 완결편은 어떤 모습일까”. 높은 기대치는 바로 예매율로 이어진다. 75% 내외의 예매율. 올해 한국영화 예매율로는 최고의 기록이다. 박찬욱은 현재 한국영화 감독들 중에서 대중적 지지와 비평적 관심을 동시에 받는 거의 유일한 감독이다. 홍상수와 김기덕의 작품들은 해외에서 주시하고 평단에서 주목할지언정 흥행에선 언제나 쓴맛을 봤다.
물론 박찬욱도 언제나 흥행작을 낸건 아니다. <공동경비구역 JSA>와 <올드 보이>를 제외하곤 흥행감독이라 부르기 어렵다. 하지만 <올드 보이>가 326만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이 영화가 칸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면서 대중적 관심은 날선듯이 치솟았다. 이때 박찬욱이 말했다. “다음 영화는 이영애가 복수의 화신으로 등장하는 <친절한 금자씨>입니다. 앞의 두작품과 함께 복수 3부작의 완결편이 될겁니다.” 영화가 크랭크 인 하기도 전에, 그때부터 관심은 집중됐다.
집중된 관심만큼이나 박찬욱은 논쟁적인 감독이다. <친절한 금자씨>도 마찬가지다. 언론 시사 이후 평단도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하지만 그 엇갈린 반응도 만듦새가 조악하다는 의견보다는 개인적인 취향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경향이 짙다. 작품 내적인 측면에서 보면 (전반부의) 뚝뚝 끊어지는 이야기 맥과 의도적으로 연출된 세트 디자인, 관객을 압도하는 (클로즈 업) 이미지, 금자가 택한 복수의 방법, 상징으로서의 두부와 케이크, 악인 최민식과 금자 조력자들의 캐릭터 형상화, 영화 결말의 처리 방식, 그리고 이영애의 연기를 두고 두루 할말이 많을 것이고, 외적인 측면에서 보면 앞의 두 작품과의 비교, 이에 따른 <친절한 금자씨>의 위치설정, 여성이 복수자로 등장한다는 젠더의 문제와 복수의 윤리학, 박찬욱 영화의 미학적 스타일까지 규정짓느라 바쁠지 모른다.
이런 풍부한 ‘꺼리’가 호불호를 결정하고 이는 다시 <친절한 금자씨> 라는 텍스트를 살찌운다. 어쨌거나 개봉이 목전이다. 미디어에서 뭐라하던, 평론가들이 어떻게 봤건, 이제 두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일만 남았다. 이런 달뜬 분위기를 고려하면 다음주 1위 데뷔는 기정사실이다. 따라서 <친절한 금자씨>의 진짜 흥행여부는 첫주의 분위기가 가라앉고 관객 반응이 수렴되면서 <웰컴 투 동막골>이 개봉하는 다음주에 가서야 판가름날 전망이다.
<친절한 금자씨>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지만 챙결볼만한 개봉작들도 많다. 제이미 폭스의 첫 블록버스터 출연작 <스텔스>를 비롯해 <아이스 에이지> 제작진이 다시 뭉친 애니메이션 <로봇>에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던 공포영화 <부기맨>까지. 현재 이 영화들의 부진한 예매율은 현장판매에서 조금 만회가 가능하다. 그래도 이번 주말은 <친절한 금자씨>의 독무대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