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박수칠 때 떠나라> 언론에 첫 공개
2005-08-02
글 : 이종도
<박수칠 때 떠나라>, 첫 시사회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의 배우 신하균, 차승원, 장진 감독(왼쪽부터)

다재다능하고 재기발랄한 장진 감독이 자신의 연극을 영화적으로 더욱 확장시킨 5번째 작품 <박수칠 때 떠나라>(어나더썬데이 제작)를 1일 오후 용산 CGV 극장 시사회에서 언론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장진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다양한 것을 양념으로 치고 싶었으며 스릴러, 호러, 샤머니즘이 함께 모인 ‘종합선물세트‘라고 소개했다.

한 박자 늦거나 빠른 유머 감각으로 독특한 상상력을 전개해온 장진 감독의 필모그라피를 돌아보자면 이번 작품은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는 수사극과, 동시에 이 수사극을 방송으로 생중계한다는 기발한 코미디를 함께 씨줄과 날줄로 엮었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연극에서 출발한 장 감독답게 이 작품의 가장 두드러진 주인공은 수사극도 아니고 코미디도 아닌 바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장르영화를 해도 자기식으로 소화해온 장 감독은 가장 장르 친화적인 이 작품에서조차 미묘한 연극적인 발상을 어떻게 즐겁고 유쾌하게 영화화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가령 연극을 풀어 나가듯, ‘심문’, ‘증언’, ‘전설’, ‘물고기’ 등으로 막을 나누었고 시각적인 장면 구분이 아니라 몇 가닥의 이야기를 주인공의 입을 통해 꼬아나가는 연극적 장면 전개로 시선을 끌었다. 이런 실험적인 시도의 중심에는 ‘말’이 있는데, 살인 수사극이라는 이야기의 소재가 아니라 이 소재를 어떻게 말로 풀어나가느냐에 더 초점을 맞췄다.

검사인 차승원이 이 말놀이의 선두에 서서 꼭두쇠 노릇을 하고 이른바 장진 사단이라 불리는 신하균 정재영 등 연극배우 출신 영화배우와 장영남, 정규수 등 연극배우들이 섬세하면서도 정교하게 계산한 대사를 늘였다 줄였다 하면서 관객의 감정을 조절했다. 그 말놀이란 때로는 지적이기도 하며, 때로는 엉뚱하기도 하다. 예를 들어 보통 피의자를 패고 시작하는 검사의 심문 장면과 달리, 검사 차승원은 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검거된 유력한 용의자 신하균에게 주어와 동사만으로 구성된 1형식으로 진술할 것을 명령한다.

이런 말놀이가 단순한 지적인 유희나 말장난으로 떨어지지 않는 까닭은 차곡차곡 드러나는 살인의 단서 때문이다. 신하균의 본명이 뒤늦게 밝혀지고, 폐쇄회로에 나타난 제 3의 인물이 드러나는 식의 복선이 동시에 깔리면서 자못 팽팽하게 극의 형식에 리듬감이 생긴다. 이렇게 말놀이와 수사극의 형식이 맞물리고, 이 수사가 동시에 저널리즘을 풍자하는 듯, 생방송으로 전국에 중계된다.

장 감독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판타지 형식과 샤머니즘을 실험한다. 범인을 무당의 직관을 통해 좁혀나가는 샤머니즘적 방식은 언뜻 <살인의 추억>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치밀하고 팽팽하게 진행되리라 믿었던 수사극이 중간 중간 말놀이에 밀려 늘어지면서 장진 감독의 창의적인 수사극은 활력을 조금 잃는다.

오히려 돋보이는 것은 수십명에 달하는 배우들이 순간순간 빛을 뿜을 때다. 특히, 마약범으로 나오는 정재영이 특별 출연해 장진 사단의 잠재력을 과시하는 순간은 단연 돋보인다. 정재영, 신하균 등 장진 사단의 매력에 더해 차승원이 과장되지 않은 차분한 연기로 객석을 빨아들였다. 이전의 과장되고 희화화된 연기에서 벗어나 진지한 정극 연기를 선보였던 짐 캐리의 <이터널 선샤인 오브 더 스포트리스 마인드> 연기를 연상케 했다. 뛰어난 문화 기획자인 장진 감독이 독보적인 연출력까지 갖춘 우리 시대의 작가인지는 11일 개봉 이후 판가름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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