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차태현, “체면 구겨저도 절라 재밌씀다”
2001-07-24
글 : 이성욱 (<팝툰> 편집장)

송강호, 유오성씨처럼 요즘 가장 뜨는 영화배우들은 묘하게도 잘 생긴 미남이 아니다. `엔(N)세대 스타' 차태현(25)씨는 팬시상품 같은 연예인이 점령한 방송계에서 일찌감치 이 대열에 들어선 드문 경우다.

꾸밈없는 발랄함이 매력인 그가 <할렐루야> 출연 이후 <엽기적인 그녀>로 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았다. 그가 맡은 `견우'는 야수같은 그녀(전지현)에게 늘 순종하는데, 그 만의 장점이 잘 살아난다. “기다려”하면 무작정 2년씩이나 기다리는 견우는 언뜻 전통의 남성상을 땅에 쳐박는 바보로 보일 수 있지만, 그 너그러움은 역설적으로 모던하며 현실적합적이다. 뒷끝없이 해맑게 웃으며 상대방을 깨끗이 받아주는 포용력 앞에 버틸 수 있는 `그녀'가 얼마나 될까.

견우의 솔직담백함은 `차태현'의 본 모습이기도 하다. “시나리오 보면서 너무 재미있어서 흥행 걱정은 안했는데, 감독님을 처음 보고 갑자기 불안해졌어요. 당연히 젊은 신인감독인 줄 알았는데 노숙자 같은 중년 분위기 잖아요. <비 오는 날의 수채화>를 연출한 지도 10년이 다되가고.” 하지만 원작 소설을 각색한 솜씨를 보고, 또 그 나이에 걸맞지 않은 순수함을 보며 금방 믿음을 가졌다고 한다.

태연스런 유머 역시 그의 장기다. 완성된 영화를 보고 곽재용 감독이 “니가 이 역할 안했으면 어쩔 뻔 했냐”고 하자 “감독님이야말로 이 영화 안했으면 어쩔 뻔 했어요. 17만 기록(<비 오는…>의 흥행성적)도 못깨고 계속 전전긍긍하지 않았을까”라고 받아쳤다고 한다.

영화 초반에 그는 아낌없이 맨 몸을 보여준다. 술 취한 그녀를 여관방에 재우고 벌어지는 소동 장면이었다. “엄청 고생했죠. 찍기 전에 콘티를 보니 엉덩이까지 나올 것 같은데 보통 이러면 배우들이 망설이죠. 촬영 직전까지 고민하다 가리고 가면 이야기가 잘 안될 것 같은 느낌에 벗었습니다.”

얼마전에는 가수 활동까지 하며 엔터테이너로서의 `본분'을 다했다. “자기 관리요? 우리 같은 사람, 소모품이잖아요. 안쓰럽죠. 한 작품하고 에너지 축적해 다음 작품하는 게 좋지만 제 스타일은 그건 아니고. 나는 나에게 어울리고, 할 수 있는 거 찾아나가는 게 맞아요. 영화만 해야지 그런 건 없고, 가수 활동은 제가 아쉬워서 음반 하나는 꼭 더 낼겁니다.”

변신해야 된다는 생각은 별로 없지만, 이상적인 모델로 여기는 박중훈씨처럼 일류와 삼류 연기가 다 되는 연기 폭은 부럽다고 한다. “제가 악역을 할 수 있을까, 하고 가끔 고민하는데 이건 숙제 같아요. 정말 치사하고 재수없는 악역은 할 수 있겠죠.”

원작을 재밌게 봤다면, 영화에서 새로 만든 막판 `연장전' 이야기를 좋아하게 될거라고, 자기가 그랬다며 `추천사'를 빠뜨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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