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막골’에 사는 ‘금자씨’가 ‘박수칠 때 떠나라’고 하네요.
한국영화 고공행진을 이끌고 있는 세편을 빗대 누가 만든 우스개소리다. <친절한 금자씨>로 시작해 <웰컴 투 동막골>을 거쳐 이제 <박수칠 때 떠나라>까지, 한국영화 3편이 극장가를 주름잡고 있다. <우주전쟁>, <아일랜드> 등 할리우드 외화에 밀렸던 여름시즌 초반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예매율은 <웰컴 투 동막골>(37~8%), <박수칠 때 떠나라>(18~20%) <친절한 금자씨>(12~14%)순. 2주차에도 여전히 <웰컴 투 동막골>이 우위를 점하는 중이다.
<웰컴 투 동막골>은 개봉 7일만인 어제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유료시사 관객까지 포함한 수치지만 148만명으로 올해 최고의 오프닝 성적을 낸 이 영화는, 두루두루 호평을 받으며 입소문이 번져 객석 점유율이 점점 상승하는 산들바람을 탔다. 배급사 쇼박스는 ‘다시 한번 천만관객을 재현한다’며 세몰이에 나섰다. 중장년층의 발걸음도 눈에 띄게 잦아지는 중이다. 흥행력은 <친절한 금자씨>도 뒤지지 않는다. 개봉 3주차에도 예매율 3위를 지키고 있고 12일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올드보이>(326만명)를 넘는 것은 이제 기정사실이다. 박찬욱 감독은 정말, ‘나는 나를 넘어섰다’고 말할 자격이 있다.
양강구도를 3강구도로 재편한 <박수칠 때 떠나라>도 초반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2위 데뷔가 유력하고 첫주 전국관객 6~70만명 정도만 모아도 괜찮은 출발이라고 볼 수 있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장진 감독 특유의 말놀이에 미스터리 수사극을 결합한 작품. 다소 연극적인데다 중반부 호흡이 약간 처지지만 장진 감독의 언어유희에 유쾌하게 낄낄대고 미스터리극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강추다. ‘정유정 살해범은 누구인가’를 추적하는 각종 단서는 사전에 유기적으로 계획되어 저마다의 경제성을 획득하고 어설프게 버려지는 것이 없다. 게다가 마지막엔 ‘반전’도 있다. 차승원, 신하균의 열연과 정재영 등 카메오 출연진들도 여기에 빛을 더한다.
미국에서 화려하게 데뷔했던 <판타스틱4>는 예매율 4위~5위로 밀려있다. <아일랜드>는 올해 외화중 최단기에 300만명을 돌파해 미국과 반대지표를 보여줬는데 <판타스틱4>도 초반 분위기가 사뭇 흡사하다. 마블코믹스 원작의 <판타스틱4>는 우주여행 중 우연히 방사능에 유출되어 초능력을 갖게 된 4인의 영웅을 지칭하는 말. 현란한 특수효과와 볼거리는 여름 블록버스터 값을 하지만 4명의 영웅이 악당 한명을 상대로 싸운다는 설정이 어째 좀 그렇다.
그밖에 남북최초 동시개봉 애니메이션인 <왕후심청>과 공포영화 <가발>, 자연 다큐멘터리 <펭귄: 위대한 모험>도 새로 선보인다. 특히 황제펭귄의 생태를 담은 <펭귄>은 프랑스, 미국, 일본에서도 예상외의 흥행을 했는데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의 반향을 일으킬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