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카우보이 비밥 5.1ch 박스> 스페이스 재즈
2005-08-18
글 : 강명석 (기획위원)
카우보이 비밥의 완성형

세상에는 수많은 지름신들이 있다. 저기 미국의 아이팟과 <스타워즈> 지름신을 필두로 PSP 지름신, <프란체스카> 관모양 한정판 스페셜 패키지 등등, 세상엔 우리에게 분배의 정의와 베풂의 미학을 알려주시는 지름신들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그중에서 <카우보이 비밥>은 지름신 서열 5위안을 다툴만한 타이틀이다. 이미 DVD 발매 전부터 매니아적인 팬층과 칸노요코의 음악, 그리고 블록버스터를 능가하는 스케일의 영상은 콜렉터들의 표적이 되었고, TV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상당한 퀄리티를 유지한 첫 번째 타이틀은 국내에서도 성의 있는 사운드 믹싱과 더빙, 그리고 멋진 틴케이스로 그해 최고의 TV 애니메이션 타이틀로 꼽기에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9개짜리 타이틀의 박스세트 하나만으로 지름신의 이름을 거론할리는 만무다. 콜렉터들의 지름은 그 때부터 시작이었다. 스케일과 음악 때문에라도 5.1 채널로 나오면 좋겠다는 여론이 있었던 <카우보이 비밥>은 이후 결국 몇 개의 인기 에피소드를 모아 5.1채널로 믹스한 '카우보이 비밥 - 컴필레이션'을 발표했으며, 국내에서도 역시 더빙판마저 5.1 채널로 믹스한(그냥 5.1에 목소리만 입힌 것이 아니라 인물의 위치에 따라 성우들의 목소리까지 모두 5.1로 믹스한) 타이틀의 완성도가 팬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인기 타이틀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니 이제 5.1 채널로 전편을 믹스한 박스 세트가 안나오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면 이상한 일이 되었고, 아니나 다를까 드디어 5.1 컴플리트 박스세트가 발매됐다.

물론 같은 타이틀을 두 번, 혹은 세 번 이상 반복해서 사야한다는 것은 소비자로서는 정말 죽을 맛이지만,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타이틀은 꼭 사야할 이유를 제시한다는 점이다. 이는 단지 이번 버전이 5.1 채널로 새롭게 믹스 됐다거나, 모든 에피소드가 24 프레임영상으로 재 인코딩 됐기 때문은 아니다(확실히 전보다 더욱 선명하고 자연스러운 영상을 보여주긴 한다). 오히려 중요한 건 새롭게 믹스된 타이틀의 '음질'이다. <카우보이 비밥>의 5.1 채널 버전은 단지 5.1로 믹스된 것을 넘어 <카우보이 비밥>이 지향하는 '우주'와 '음악'을 기존의 버전보다 더욱 명료한 상태로 전달한다.

사운드 각각의 위치와 공간감은 물론, 그 사운드 모두가 둔탁함을 완벽하게 제거하고 음 하나하나까지 선명하게 잡히고 있다. 이를테면 우주 공간에서 진공 상태의 우주를 표현하는 소리가 화면과 듣는 사람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면 BGM은 씬의 상황에 따라 그 뒤로 물러나거나, 때론 앞으로 치고 나오면서 우주 속의 공간감과 칸노 요코의 음악 양쪽을 정확하게 살려준다. 그래서 각각의 효과음이나 음악이 마치 우주 공간에서 어떤 잡음도 없이 울려 퍼져 소리만으로도 작품의 공간을 설정해준다. 예를 들면 우주에서의 폭발음이 그냥 머무르지 않고 프론트에서 리어로 서서히 사라져 가면서 여운까지 정확하게 들린다든가, 우주선 안에서 방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캐릭터의 목소리가 그 여운에 따라 정확한 울림과 음량을 가지는 식이다.

음악의 사용에 있어서도 '보헤미안 랩소디' 편에서 스파이크가 우주로 출격하는 순간 마치 우주 뒤편에서 울리는 듯한 피아노 소리와 '헤비메탈 퀸'에서 우주 공간 사이를 파고드는 강렬한 기타 연주 등은 이 타이틀의 위력을 새삼 실감케 해줄 것이다. 특히 <카우보이 비밥>의 메인 타이틀인 'Tank!' 역시 5.1채널로 새로 믹스되어, 브라스는 리어에서, 퍼쿠션은 프론트에서 울리면서 각자의 사운드가 마치 싸움하듯 각자 휘몰아치면서 말 그대로 '입체' 음악을 선사한다.

그래서 이번 <카우보이 비밥> 5.1 채널 박스 세트는 새로운 버전이라기보다는 '완성형'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듯 싶다. 발표 당시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스타일을 제시했던 이 작품은 5.1 채널로 믹싱되면서 뛰어난 애니메이션에서 10시간이 넘는 스페이스 액션 블록버스터로 재탄생했다. 빈 주머니가 걱정된다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5.1채널로 믹싱된 칸노 요코의 'Space Lion'을 놓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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