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전주 동상리의 한 저수지에서 <마파도>의 추창민 감독이 연출하고, 설경구와 송윤아가 주연을 맡은 멜로 <사랑을 놓치다>의 촬영이 있었다.
이 날, '우재’(설경구)가 늘 친구로만 생각했던 ‘연수’(송윤아)가 시골에서 양식장을 하는 엄마를 만나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가자 비로소 그녀에 대한 마음을 깨닫고 한 걸음에 서울에서 전주까지 내려와 만나는 씬을 촬영했다. 이 장면은 영화 전체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장면으로, 등장인물인 설경구, 송윤아, 장항선, 이휘향, 이기우 다섯 배우 모두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앵글에 담기는 장면이기도 하다.
촬영 당일, 비가 내려 촬영이 무척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배우들과 스탭들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속에서도 촬영을 강행했다. 물 위에 지어진 가교 세트 위에 선 송윤아는 비바람에 세트가 심하게 흔들려 계속 균형을 잃어 어려움을 겪었다.
다른 배우들은 시골 양식장이라는 설정 때문에 모두 촌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했다. 설경구는 <실미도>와 <역도산>에서 보여준 무거운 이미지를 벗고 사랑에 빠진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이기우는 검게 탄 피부와 더벅머리로 미소년의 이미지를 벗어났으며, 도시적인 이미지의 이휘향은 검게 그을린 피부의 시골 아낙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랑을 놓치다>는 대학시절부터 이어진 10년이라는 시간동안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두 남녀의 인연에 관한 이야기로 올 가을 개봉될 예정이다.
기자 간담회 내용
갑작스런 비 때문에 급하게 촬영을 마치고 당일 저녁, 전주 코아 리베라호텔에서 다섯 배우와 추창민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사랑을 놓치다>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설경구 - “몇 년 사이 <실미도><역도산> 등 스케일이 큰 영화를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디테일이 살아있고 알찬 짜임새의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큰 영화들이 내가 짊어지기 버거운 개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면, 이번 작품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비교적 차분하게 보여주며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송윤아 - “시나리오만 읽었을 때는 내가 너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촬영 전부터 굉장히 뿌듯했다. 그러다 첫 촬영을 하고는 2주를 앓았다. 한 치의 오버나 모자람도 없는 일상 그대로의 '연수'를 연기한다는 게 이렇게 어려울지 몰랐다. 아마 촬영이 끝나면 연기자로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해준 추창민 감독에게 많이 고마워할 것 같다”
장항선 - “이전의 역할은 내 인생과 비슷해 쉽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첫 멜로 연기라 지금껏 맡은 역 가운데 가장 어렵다. 앞으로도 ‘여자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휘향 - “촬영장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맘에 든다. 같이 연기하는 스탭, 배우 등 모두가 내 첫사랑이나 마찬가지다”
이기우 - “이렇게 훌륭하신 선배님 사이에 껴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훌륭한 교수진 사이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이 된 것 같다. 많은 걸 배워갈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추창민 감독 - “시골 전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화면에 담고 싶다. <사랑을 놓치다>는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기도 하다. 여러 사람의 경험을 시나리오에 담았다. 주인공 우재를 조정선수로 설정한 것은 시골의 양식장과 대비되는 물의 이미지로 조정을 택했다. 조정 경기가 멜로 장르의 답답함을 희석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