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된 다람쥐 한번 보실라우_발명실과 호두 분류실
아마도 원작 동화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읽으신 대목 중 하나가, 윌리 웡카의 기발한 발명품에 관한 것일 텐데요. 녹지 않는 초콜릿 아이스크림, 줄어들지 않는 사탕, 풀코스 식사가 되는 마법의 껌. 상상만 해도 행복해지는 윌리 웡카의 맛있고 간편하고 재미난 과자들이 바로 여기, 발명실에서 기획되고 개발됩니다. 구불구불하고 오색찬란한 튜브, 재료를 섞고 끓이고 물들이는 거대한 탱크, 녹지 않는 사탕을 시험하는 수조가 보이시죠? 공장 외관이 고딕풍이고, 공장장 패션이 60년대 키치풍이라면, 이 발명실은 빅토리아풍입니다. 기계들을 건드리거나, 미완의 개발품을 드시면, 큰일납니다. 조심하셔야 해요. 이제 호두 분류실로 이동합니다.
이 공장에는 움파룸파 말고도 뛰어난 일꾼이 또 있습니다. 바로 견과류 까기의 명수, 다람쥐들이죠. 이들은 속이 비었거나 썩은 열매들을 골라내 하늘색과 흰색의 소용돌이가 그려진 바닥 한가운데 구멍으로 던져넣지요. 그러니 섣불리 다람쥐들에게 머리를 들이미시면 안 됩니다. 재미없다구요? 앗, 죄송. 그런데 이 다람쥐들이 진짜냐고요? 일부는 그렇습니다. 감독님은 동화책에서처럼 ‘훈련된 다람쥐’를 캐스팅하고 싶어하셨지요. 그래서 영국 각지의 가정과 보호소 다람쥐들 중에서 40마리를 선발해 조련사가 19주 동안 훈련시켰다고 해요. 클로즈업을 따고, 호두를 던지거나 뛰어가는 동작을 연출하기 위해서요. 다람쥐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데다, 기억력이 좋지 않고, 무리로 활동하는 걸 싫어해서, 조련사가 훈련시키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고개를 돌리거나 호두를 어깨 뒤로 던지는 동작은 다람쥐의 신체 구조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동작은 CG나 로봇 다람쥐가 소화했다고 해요. <베이브>에서 특수분장과 기계 모형을 담당했던 바로 그분의 솜씨랍니다. 이제 TV실을 돌아보시죠.
판타지 속 SF적 공간_TV실
초콜릿이 먹고 싶어지면 TV를 켜라. 참으로 기발한 아이디어 아닙니까? 윌리 웡카는 바로 여기서 이미지를 전송하는 TV의 원리를 이용해 초콜릿을 화면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개발합니다. 사방이 희고 차갑고 미니멀한 이 방에선 이제까지 보셨던 방들과 달리 SF영화 속 미래 공간의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감독님이 원하신 것이 “러시아 우주선 통제실” 같은 이미지였다고 해요. 그런 느낌이 잘 표현됐나요? 이 방에서 몸소 전송 시험을 하는 마이크 역의 배우는 몸이 공중에 떠오르는 효과를 위해 와이어 액션을 해야 했는데, 당황하기는커녕 너무 재밌어하는 바람에 여러 번 NG를 냈다고 합니다. 어린 아이다운, 귀여운 실수죠? 자, 지금까지 윌리 웡카의 공장 내부를 돌아보셨습니다. 아, 중요한 게 하나 빠졌군요. 공장 곳곳으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투명 엘리베이터. 그럼 공장 밖으로 나가실 때 이 엘리베이터를 시승하도록 하겠습니다. 준비되셨나요?
투명 엘리베이터가 어떻게 날아다니냐고?_투명 엘리베이터
여러분이 타보신 엘리베이터와 달리, 이 엘리베이터는 상하 좌우, 심지어 사선으로도 이동이 가능합니다. 투명하기 때문에 이동할때 밖의 풍경을 볼 수도 있구요, 공장 안에서만 기능하는 게 아니라, 비행선처럼 건물을 이탈해 하늘을 날아다닐 수도 있습니다. 어찌나 빠른지, 몸의 균형을 잡기가 어려울 정도지요. 시각효과 담당께서는 “물속을 떠나니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라고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속도감을 표현하는 게 관건이었고요, 그래서 블루 스크린으로 만든 박스 안에 배우들을 세운 채, 핸드헬드 카메라와 모션 컨트롤 카메라로 움직임을 잡아냈다고 합니다. CG 엘리베이터와 CG 배우들을 써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해요. 여러분을 댁까지 모셔다드리고 싶지만, 툭하면 집 지붕을 뚫고 들어가는 이 엘리베이터의 무지막지한 특성상, 이쯤에서 내려드려야 할 것 같네요. 즐겁고 유익한 견학이 되셨길 바랍니다. 로알드 달 선생님의 아내이신 펠리시티 달 여사께서 “남편이 여기서 이 세트를 보았다면, 얼마나 기뻐했을까”라고 탄식하셨다고 하니, 여러분이 상상하신 그림에도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을 거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