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걸작’으로 불리는 마이클 치미노 감독의 <천국의 문>(1980)과 최고의 복서 영화로 꼽히는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성난 황소>(1980)가 국내 최초로 극장에서 상영된다.
필름 포럼은 27일 “<천국의 문>과 <성난 황소>를 비롯해 지금까지 책이나 희귀 비디오로밖에 볼 수 없었던 1970년대 미국영화의 대표작 7편을 상영하는 기획전 ‘70년대 미국영화 특선’을 연다”고 밝혔다. 30일부터 10월7일까지 서울 종로구 종로2가 필름포럼(옛 허리우드 극장)에서 열릴 이번 기획전에서는 두 영화 이외에도 샘 페킨파 감독의 <스트로 독>(1971), 테렌스 맬릭 감독의 <황무지>(1973),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비열한 거리>(1973),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컨버세이션>(1974),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내쉬빌>(1975)이 상영된다.
1970년대는 할리우드 컨벤션에 대한 이해와 예술영화에 대한 야심, 당대 미국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두루 가진 젊은 영화감독들이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미국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시기다. 장르의 틀 안에서 예술 영화적 스타일을 도입한 영화나 국가와 제도 자체에 대해 비판·분석적으로 접근한 영화들이 주류를 이룬 이 시기는 1930년대에 버금가는 미국영화의 또다른 ‘황금기’로 평가된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작품은 와이오밍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토대로 한 <천국의 문>이다. <디어 헌터>(1978)를 연출한 마이클 치미노 감독 필생의 프로젝트로, 일찌감치 미국에 도착해 기득권을 쥔 부유한 농장주들과 나중에 도착한 가난한 이민 농부들 사이에서 일어난 백인들끼리의 전쟁을 다룬 수정주의 서부극이다. 당시로서는 4천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들여 제작됐지만, 길고 혼란스러우며 반미국적이라는 이유로 미국 평론가들로부터 혹평을 받고 흥행에 참패한 뒤 영화사 유나이티드 아티스트를 파산으로 몰고갔다. 하지만 이후 유럽에서 아메리칸 드림의 원죄의식을 장쾌하게 묘사한 ‘저주받은 걸작’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이번 기획전에서는 149분짜리 재편집 판이 아닌 219분짜리 오리지널 판이 상영될 예정이다.
또 한국에서 <분노의 주먹>이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진 <성난 황소>는 복서 제이크 라모타의 생애에 기초한 영화다. 복서의 고난과 성공을 그린 <록키>류의 영화와는 달리, 한 남자의 폭력성과 광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로버트 드 니로의 뛰어난 연기와 더불어, 카메라워크, 편집, 사운드 등의 활용 면에서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복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