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영화를 사랑한 무술가, <칠검> 홍보차 한국 찾은 견자단
2005-10-03
글 : 김종철 (익스트림무비 편집장)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견자단의 무술은 날렵하며 빠르다. 그는 중국 정통 무술을 기본으로 격투기 같은 현대적인 무술에도 조예가 깊다. 검이나 창과 같은 무기도 잘 다루지만, 특히 쌍절곤의 대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9월13일 오후 <칠검>의 홍보차 내한한 견자단을 플라자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칠검>에서 일곱명의 무사 가운데 조선족 초소남을 연기하며 예의 그 재빠른 몸놀림과 검을 다루는 비범한 능력을 보여준다. 연기가 아닌 그의 무술에 대해서 먼저 얘기하는 것은 배우이기 이전에 무술가로서의 이미지가 더 강한 까닭이다. 비록 영화에서 무술 연기를 하고 있지만, 그것은 연기라기보다는 종종 무아지경에 빠진 한 무술가의 실연처럼 보이곤 한다. 그만큼 견자단의 무술은 ‘트릭’이 아닌 실제 뛰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견자단은 1963년 7월27일 중국 광둥성 출생으로 음악가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는 오늘날 견자단이 무술배우로서 또 무술감독으로 성공을 거두게 된 실질적인 후원자이자 엄격한 스승이었고, 그리고 자애로운 어머니로서 견자단에게 기억되고 있다. 많은 뛰어난 무술배우들처럼 견자단 역시 어린 시절부터 혹독한 수련을 해야만 했다. “아침 6시부터 무술 수련을 하고, 그것이 끝나서야 비로소 학교에 갈 수 있었다”는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단순히 취미나 심신단련을 위해서 무술을 배우는 것과는 차원이 다름을 엿볼 수 있다. 일찌감치 그의 길은 정해져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견자단이 무술배우로서 성공하게 된 배경에는 모친과 함께 또 한명의 인물, 원화평을 빠트릴 수 없다. 어머니는 견자단을 출산하고 원화평의 누이로부터 무술을 배워 훌륭한 지도자가 되었고, 견자단은 모친으로부터 각종 무술을 배웠다. 그의 영화계 데뷔 또한 평소 그의 재능을 눈여겨본 원화평에 의해 실현된다. 1984년에 제작된 원화평 감독의 <소태극>을 시작으로 견자단의 영화 인생이 막이 오른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리 주목받지 못한 채 그는 미국으로 귀국했고, 수년 뒤 다시 홍콩으로 돌아와 TV, 영화 등에서 활약한다.

견자단의 무술영화는 다양하지만 크게는 시대극과 현대물로 나뉜다. 시대극의 대표작은 단연 <황비홍2> <신용문객잔> <철마류>이며, 현대물로는 견자단 무술의 집대성으로 불리는 <타이거 케이지>(노호광) 시리즈가 있다. 그의 무술 스타일을 보건대 각종 병장기를 사용하는 시대극보다는 권과 각을 주로 사용하는 현대극에서의 액션이 더 잘 어울린다. <철마류>에서 그의 존재감이 유난히 돋보였던 것은, 그 자신이 자랑하는 맨손 격투 위주였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영화에서 특이할 만한 점은 황비홍과의 인연이다. 그 자신이 “그건 바보 같은 영화였다”며 길게 얘기하기를 꺼려한 <강호영패>에서는 무장원 소걸아 역을 맡으며 황비홍과 선의의 경쟁을 했고, <황비홍2>는 적대적인 관계로서 무술영화에 길이 남을 명승부전을 펼쳐 보였다. 그리고 완벽한 스타덤에 오르게 한 <철마류>는 대적 관계가 아닌 황비홍의 아버지 황기영으로 분해 우영광과 함께 무술영화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는 많은 영화를 통해 영웅을 연기했지만, 그를 기억하는 팬들은 <황비홍2>의 란, <신용문객잔>의 내시 조소흠, 짧은 출연이지만 <블레이드2>의 스노우맨 같은 악역 캐릭터로서의 이미지를 더 또렷이 기억한다. 악역과 영웅이란 극단적인 캐릭터를 오가는 견자단의 이력은 대개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를 구축하는 다른 무술 배우(이연걸도 <리쎌 웨폰4>에서 악역을 맡았지만 경우가 다르다)와 차별되는 점이기도 하다.

그는 <칠검>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으로 “한국어로 연기한 것”이라고 고백한다. 극중에서 고난이도 결투를 수차례 해온 그가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역시 연기 위주가 아닌 액션을 전문으로 하는 배우임을 증명하는 것일 게다. 그래서일까? 배우와 무술감독, 어느 쪽이 더 흥미롭냐는 질문에 견자단은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나는 배우로서 연기를 하는 것에 종종 무료함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무술감독으로서의 일은 늘 즐겁다. 그 이유는 결투의 합을 짜는 데 있어 늘 새로움을 연구해야 하고 이런 창조적인 작업이 나에게 자극을 준다”라며 단호하게 말한다. 이는 견자단이 액션배우이기 때문에 연기의 폭이 크지 않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의 몸에 천성적으로 무술가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칠검> 홍보차 내한한 견자단과의 인터뷰에서 마지막으로 들려준 그의 말에서 영화와 무술에 대한 그의 무한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때때로 나는 영화가 내 자신의 길을 찾아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무술과 영화, 그건 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평생의 동반자 같은….” 견자단이란 걸출한 무술배우를 두고두고 기억할 만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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